광릉숲·남한산성·비자림 찾아 녹음
국가유산 프로젝트 ‘가치이음’ 연계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아티스트 던(DAWN)이 노래하는 목소리 대신 자연의 소리를 음악의 재료로 가져왔다. 한국의 숲을 직접 찾아가 채집한 소리로 다섯 곡을 완성하고, 앰비언트 음악 프로듀서 ‘가치 서비스(Kachi service)’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창작의 출발을 알린다.
던은 23일 오후 1시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첫 앰비언트 앨범 ‘그린 하우스(green house)’를 발매한다. 이번 앨범은 한국의 장인과 국가유산을 조명하는 프로젝트 ‘가치이음’에서 총괄 프로듀서 가치 서비스라는 아티스트명으로 선보이는 첫 음악 작업물이다.
앨범의 출발점은 현장에서 소리를 직접 녹음하는 필드 레코딩(field recording·현장 녹음)이다. 스튜디오 밖에서 실제 환경의 소리를 채집하는 필드 레코딩은 자연의 소리나 일상의 소음을 음악적 재료로 활용하는 창작 방식이다. 배경으로 지나치기 쉬운 소리를 음악의 중심으로 가져오고, 특정 장소의 분위기와 감각을 청각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다.
던은 500년 넘게 보전돼 온 광릉숲과 남한산성을 둘러싼 숲, 수백 년 된 비자나무가 밀집한 비자림을 찾아가 자연의 소리를 녹음했다. 서로 다른 역사와 환경을 품은 세 장소에서 채집한 소리는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와 ‘인내와 수행(Patience & Devotion)’ 등을 포함한 총 5곡으로 이어진다. 자연을 바라보는 데서 나아가 그 안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기록하고 음악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이번 앨범은 던의 새로운 창작 방식을 보여준다.
앰비언트 음악(ambient music)은 강한 멜로디나 리듬보다 소리의 질감과 공간감, 분위기를 중시하는 음악을 아우른다. 자연의 소리를 활용할 경우 청자는 음악을 듣는 동시에 특정한 공간에 머무는 듯한 감각을 경험할 수 있다. 관계자는 “던에게 앰비언트 음악은 명상을 시작하던 시기에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잠시 쉴 수 있게 해준 장르였다”며 “이번 앨범은 그가 음악에서 얻었던 쉼의 감각을 직접 구현해보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음원 작업엔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마스터링 엔지니어 지노 미코레이(Zino Mikorey)가 참여했다. 던은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한국 곳곳을 찾아 자연과 그 너머의 아름다움을 소리로 기록하는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작업은 그동안 던이 보여준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전통 한지를 활용해 조명을 만들고 직접 나무를 깎는 등 손으로 재료를 다루는 모습을 선보였다. 지난 9월 방송에선 녹음 장비로 국가유산의 소리를 채집하고 필름 카메라로 현장을 기록하는 과정도 공개했다. 전통의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기록하는 데서 나아가 소리라는 매체로도 접근한 것이다.
던은 2016년 그룹 펜타곤으로 데뷔한 뒤 2019년 첫 솔로 싱글 ‘머니(MONEY)’를 발표하며 솔로 아티스트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빛이 나는 너에게’를 통해 보컬리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줬으며, 음악뿐 아니라 패션과 시각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미국 음악 매체 롤링스톤이 선정한 ‘가장 스타일리시한 뮤지션’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엔 유튜브 시리즈 ‘가치이음’의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해 한국 장인들의 작업과 전통의 아름다움을 소개하고 있다. ‘그린 하우스’는 이러한 활동을 소리의 영역으로 확장한 결과물이다.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