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스페이스X 콘퍼런스콜에서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합병 검토를 공식 발표하면서, 향후 합병 시한과 방식을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1일(현지시간)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을 인용해 스페이스X와 테슬라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거래를 마무리하기 위해 다음해 상반기까지 합병을 발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보도했다.
시가총액을 합산하면 약 3조7000억달러(약 4903조원)에 달하는 두 회사가 합병하면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거래가 된다. 합병 프리미엄 없이 단순 시총 합산만으로도 엔비디아,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세계 5위의 시총 기업이 될 수 있다.
관계자들은 합병 발표 시기에 대해 테슬라 이사회가 세부 변수에 안심하는 시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지원군’ 트럼프 힘 남았을 때가 ‘합병 시한’ = 머스크는 지난 20일 스페이스X와 테슬라에 각각 합병안을 독립적으로 검토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며, 자신은 이해가 걸린 당사자라 위원회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양사가 속도감 있게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 전하면서 그 배경으로 정치·금융 환경이 변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머스크는 1년여 전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를 겪었으나 최근 관계를 회복해 다시 백악관, 공화당과 원만한 관계에 접어들었다. 그만큼 의회나 규제 당국에서 모두 머스크의 행보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머스크의 행보를 지지해줄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 임기 후반부에 접어들었고, 중간선거를 2주도 남겨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상·하원 중 한쪽이라도 장악하면 머스크의 기업 활동에 대해 조사에 들어갈 수 있고, 향후 양사의 합병이 승인되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 머스크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약 3억6900만달러(약 4890억원)를 쏟아붓는 주요 후원자다.
시장이 불안정성에 노출된 것도 양사에는 부담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 6월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 135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지난 8월 5일 이후 47% 올랐다. 모닝스타의 니컬러스 오언스 애널리스트는 “스페이스X 주가가 내려가면 인수 계약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 주주승인 난관…사업간 이해상충도= 양사의 합병은 테슬라 주주들의 승인이 최대 걸림돌이 될 듯 하다. 스페이스X는 머스크가 의결권의 80% 이상을 쥐고 있어 주주 승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테슬라는 머스크가 지분 약 20%를 보유하고 있다. 가뜩이나 이사회와 주주 기반이 머스크에게 1조달러 규모의 보수 패키지를 승인한 지 1년이 채 안 된 시점이다. 굵직한 합병 건을 추진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주주들에게 이해를 구해야 하는 것이다.
머스크 역시 합병 검토를 공식화하면서, 테슬라 주주를 설득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규제 측면에서는 스페이스X가 맺고 있는 국방 계약과 테슬라의 대규모 흑자 중국 제조 기반이 충돌할 수 있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면서 상당한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고, 상하이 공장은 테슬라 전체 수익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생산기지다. 지난해 상하이 공장에서 출하한 테슬라의 자동차들은 총 85만1000여대로, 전체 출하량의 52%에 달했다.
반면 스페이스X는 미 당국과의 여러 계약을 맺고 있다. 스페이스X는 올해 골든돔 미사일방어 프로그램 내 군용 통신망에 위성을 공급하는 20억달러(약 2조65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JP모건의 라자트 굽타 애널리스트는 이같은 상황을 들어,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사업 방향이 “서로 어긋나는 핵심 역학”이라고 지적했다.
▶테라팹이 보여주는 시너지…합병은 기정사실? = 두 회사는 이미 사업상 공동 공급망 구축 등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려 하고 있다. 양사는 텍사스에 ‘테라팹’이라는 반도체 공장을 공동으로 짓고 있다.
블룸버그는 특히 인공지능(AI)를 접점으로 양사의 공동 운영의 기반이 다져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테슬라는 사내에서 엔지니어들이 앤트로픽의 클로드 등을 기반으로 하던 코딩 작업을 스페이스X의 자회사 스페이스XSI(옛 xAI)의 그록 4.5 등으로 옮기도록 밀어붙였다. 모두 머스크가 소유하고 경영하고 있는 회사들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에는 테슬라가 스페이스X의 로켓 기술을 접목해 설계한 ‘공중 부양’ 스포츠카 로드스터를 시연해 전 세계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양사의 합병이 성사되면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 계산상 현재 1조400억달러(약 1378조원) 수준인 머스크의 재산은 1100억달러(약 145조8000억원) 넘게 늘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온다.
잭스인베스트먼트리서치의 앤드루 로코는 “합치면 두 회사는 마법의 묘약을 갖게 된다”고 평가했다.
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