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만 ‘1가구 1연금’서 ‘1인 1연금’ 전환
무소득 배우자·18~26세 청년 전격 편입
보험료 안 내도 가입자격, 119개월 추납
고소득층 재테크 차단, 추납 정교화 과제
국민연금 가입이 제한됐던 전업주부 등 무소득 배우자와 만 18세 이상 27세 미만 무소득 청년을 국민연금 가입 체계에 편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당장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가입 자격을 유지하는 ‘납부예외자’로 전환해, 향후 추후납부(추납) 등을 통해 연금 수급권을 확보할 기회를 넓힌다는 취지다. 1988년 도입 당시 설계된 ‘1가구 1연금’ 체계를 ‘1인 1연금’으로 전환해 노후 소득보장의 사각지대를 원천적으로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22일 국민연금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주요업무 현황’에 따르면 공단은 소득이 없는 배우자 등을 국민연금 가입자로 흡수하는 구조 개편을 공식화했다. 현행법은 똑같이 소득이 없더라도 27세 이상 미혼자는 납부예외자로 인정하는 반면, 가입자의 무소득 배우자는 법적 가입 대상에서 원천 배제된 ‘적용제외자’로 분류해 차별을 두어왔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 18~59세 총인구 2940만명 중 공적연금 가입자(국민연금 2093만·특수직역연금 180만)는 2273만명이다. 반면 전업주부와 무소득 청년 등 적용제외자는 667만명에 달한다. 여기에 실직 등으로 납부를 멈춘 납부예외자(242만명)와 장기체납자(45만명)를 더하면 총 사각지대는 954만명에 이른다.
이러한 구조는 기혼 여성의 노후를 위협하고 있다. 올해 55세가 된 동갑내기 전업주부 A씨와 미혼여성 B씨가 대표적이다. 두 사람 모두 평생 보험료를 낸 적이 없고 소득도 없지만, 상담 결과는 정반대였다. 미혼인B 씨는 과거 기간을 소급해 보험료를 내는 ‘추후납부’로 연금을 탈 수 있는 반면, 평생 살림과 육아를 도맡은 기혼자 A씨는 추납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소득대체율이 70%에 달해 남성 외벌이 가구의 연금 1개로 부부의 노후가 보장되었으나, 소득대체율이 단계적으로 인하되면서 1명의 연금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불가능해졌다. 제도가 38년 전 가구 단위 틀에 갇혀 기혼 무소득 배우자를 소외시켜 온 셈이다.
이번 개편이 추진되면 전업주부 A씨도 납부예외자로 인정받아 최대 119개월까지 추납이 가능해지고, 소득 요건 충족 시 보험료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된다.
실제로 그동안 제도권에서 밀려난 여성들은 자력구제에 의존해 왔다. 2025년 말 기준 지역가입자 중 소득신고 여성의 평균 납부기간은 116개월에 불과해 연금 수령 최소 기준(120개월)에 미달한다. 이 때문에 스스로 보험료를 부담하는 임의가입자(33만3717명) 중 여성이 80% 이상(26만8113명)을 차지하며, 60세 이후에도 가입 기간을 채우려는 임의계속가입자 역시 여성이 남성의 2.2배에 달한다.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재정 지원도 확대된다. 국민연금은 내년부터 18세가 되는 2009년생 청년에게 생애 최초 1개월분 보험료(4만1000원)를 지원하고,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기준을 월 소득 80만원 미만에서 100만원 미만으로 상향할 방침이다. 농어업인 연금보험료 월 최대 지원금도 올해 5만 350원으로 인상됐다.
다만 무소득 배우자 등 적용제외자 667만명을 일괄적으로 지역가입자 납부예외자로 편입하고 추후납부 문을 넓히는 개편안에는 신중하게 따져봐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고소득 가구의 전업주부들이 노후 직전에 목돈으로 최대 119개월치 보험료를 일시 추후납부해 높은 수익비의 연금을 타 가는 역진성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실제로 과거에도 강남권 등을 중심으로 추후납부가 부유층의 연금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비판이 제기돼 추납 한도를 10년 미만으로 제한한 바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모든 국민을 개인 단위 가입자로 편입하되, 추납 시점의 기준소득월액 산정 기준을 정밀하게 다듬어 고소득층 편중을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저소득층 무소득 배우자가 실질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보험료 지원과 출산·돌봄 크레딧 사전 부여 방식을 긴밀히 결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지원 대상을 점차 확대해 무소득자의 연금 가입을 강제한다는 일반인의 인식 개선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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