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년 3개월 만에 관장직에서 물러난다. 최근 개인 소장품을 전시 및 부실 검증을 했다는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한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81년 역사상 관장 개인 문제로 사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K-헤리티지의 전 세계적인 인기로 연간 관람객 7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둔 지금,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이어 세계 2위 수준까지 바라볼 수 있는 현재, 이 자리를 오래 비워둘 수는 없다. 그렇다면 차기 국중박 관장은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할까.
‘셀프 출품’ 논란을 겪으며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바로 ‘공정성’이다. 개인의 소장품을 국립 박물관 전시에 그것도 개막 두 달 전 전시품 목록에 슬그머니 끼워 넣는 것은 누가 봐도 국공립 기관장으로서 공정하지 못한 처사였다. 여기에 배우자가 보유한 조선시대 돌호랑이 조각 2점은 홈페이지에 기증 공시도 없이 전시하기도 했다. 기관장의 사적 특혜나 밀실 기증을 막으려는 법적 안전장치까지 무시한 셈이다. 국립 박물관에서 전시할 정도의 유물이면 그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는 건 전문가가 아니어도 응당 알 수 있는 사실인데, 특별전에 개인 소장품을 끼워 넣거나 공시 없는 기증품을 전시했다는 건 국중박을 유물 신분 세탁소쯤으로 여긴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두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자질은 ‘전문성’이다. 유 전 관장의 ‘셀프 출품’만큼이나 충격적이었던 것은 ‘셀프 감정’의 비전문성이었다. 애국지사 박원근의 글씨인 줄 알고 출품한 유묵이 사실은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의 글씨였다는 점은 미술사학자로서 그의 자질까지 의심하게 만든 대목이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전국적인 답사 열풍을 일으켰고, 이번 정부까지 3번의 정부에서 문화유산 전문가로서 활약해 온 그가 정작 본인이 소장한 유묵에 대한 가치 평가를 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물론 고미술이나 유묵은 제작과 관련한 기록물이 마땅히 없어 감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온라인 경매에서 5만원에 구매한 유묵을 특별전까지 내보내며 과대 포장한 것은 누가 봐도 문제다.
마지막으로 거론할 수 있는 자질은 ‘사명감’이다. 국중박은 대한민국 문화유산의 자긍심이자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공공기관이다. 특히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전 세계적인 인기와 BTS(방탄소년단)의 광화문 공연 이후 그 어느 때보다 K-헤리티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아직 올해가 2개월 이상 남았는데도 이미 지난해 전체 관람객 수인 650만명을 돌파한 것은 유 전 관장이 특별히 뭘 잘해서라기보다 K-헤리티지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그만큼 반영된 결과라 볼 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시대의 변곡점 앞에 선 국중박에겐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K-헤리티지를 적극 알리려는 사명감을 가진 관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물론 차기 국중박 관장의 자질에 대해 달리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혹자는 ‘기획자형’보다 ‘CEO(최고경영자)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또 누구는 세대교체가 절실하다, 시대적 감각과 호흡하는 관장이 와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절대로 ‘보은 인사’, ‘회전문 인사’는 답이 아니라는 점이다.
신소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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