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이림 기자]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한 외국인 수급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에는 매수세가 유입된 반면 SK하이닉스는 매도세가 이어졌다. 다만 전날에는 두 종목 모두 순매수로 돌아섰다. 증권가는 미국 인공지능(AI) 기업들의 호실적으로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으나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4거래일 연속 삼성전자를 순매수했다. 누적 순매수액은 1조3139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414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18거래일 연속 SK하이닉스를 팔아치웠다. 누적 순매도액은 16조1669억원에 달한다. 다만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동반 순매수하며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외국인 수급에 변화 조짐이 나타났다. 지난 9월 9일 이후 처음이다.
주가 하락폭도 SK하이닉스가 더 컸다. 지난달 21일부터 전날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14.37%, 30.3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15조9748억원, 삼성전자를 3조940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에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주가 낙폭도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수급 차별화의 배경으로는 SK하이닉스의 자회사 솔리다임 상장 논란 등이 거론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이후 국내 증시에 대한 기대감은 AI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구조적인 이익 성장과 상법 개정 이후 지배구조 개선에 기반했다”며 “그러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미국 AI 관련 기업들의 호실적은 반도체주 투자심리 회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스페이스X는 3분기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콜에서 하이퍼스케일러의 AI 연산능력 임대 수요가 공급을 웃돌고 있어 공급 부족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슈퍼마이크로컴퓨터도 2027회계연도 1분기 잠정 매출액 전망치로 185억~195억달러를 제시했다. 시장 예상치인 152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매출총이익률 전망치 역시 12.0~12.5%로 시장 예상치(10.15%)를 상회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 주도주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자금 조달 우려가 직접적으로 완화되는 계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잇따른 어닝 서프라이즈로 시장의 관심이 수급과 투자심리에서 실적과 펀더멘털로 다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는 AI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해 반도체주의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특히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9월 9일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의 동반 순매수가 확인됐다. 반도체 업종 전반에 대한 위험 인식이 일부 완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순매수와 순매도가 반복된 만큼 외국인이 본격적인 매수세로 돌아섰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준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현물은 사들이고 있으나 시장 방향에 대한 확신은 아직 부족하다”며 “추격 매수보다는 변동성을 고려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전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558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코스피200 선물은 8165억원 순매도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수급 기반이 얇은 환경에서 AI 실수요 확대와 투자 사이클 지속에 대한 기대, 수익성 우려와 자금 조달 위험을 둘러싼 수싸움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다음주까지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업체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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