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硏, 암 주변 세포 성장 촉진신호 규명
- 기존 항암제로 증식 억제, 혈액 진단 활용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치료가 까다롭고 재발 위험이 높은 ‘삼중음성 유방암’의 성장을 촉진하는 새로운 원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암세포 자체가 아닌 주변 세포에서 전달되는 작은 RNA가 암세포 증식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규명한 것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조현수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박사 연구팀이 경북대학교 허근 교수팀과 공동으로 암 주변 섬유아세포에서 분비되는 마이크로RNA ‘miR-1290’이 삼중음성 유방암의 성장을 촉진하는 작용 경로를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삼중음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약 10~15%를 차지하는 유형으로, 암세포에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HER2 단백질이 모두 없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호르몬 치료나 HER2 표적 치료제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고 재발 위험도 높다.
연구팀은 암세포 주변에서 조직을 지탱하고 상처 회복을 돕는 섬유아세포에 주목했다. 정상적인 환경에서는 조직 유지에 기여하지만 암 주변에서는 오히려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세포 간 물질 전달에 관여하는 작은 주머니인 ‘엑소좀’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암 주변 섬유아세포가 분비한 엑소좀에 포함된 miR-1290이 암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핵심 인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섬유아세포에서 전달된 miR-1290이 암세포 내부로 들어가면 암 성장을 억제하는 단백질인 ‘TBC1D4’가 감소한다. 이 과정에서 암세포의 성장 신호가 활성화되고 miR-1290의 양도 증가하면서 암세포 증식이 촉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암 성장 경로를 차단할 수 있는 치료 가능성도 확인했다.
이미 다른 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약물인 ‘에베롤리무스’를 투여한 결과, miR-1290에 의해 촉진된 암세포 증식이 억제됐다. 이 같은 효과는 3차원 세포 모델과 동물실험에서 확인됐다.
기존 승인된 항암제를 활용해 삼중음성 유방암의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다만 실제 환자에 대한 치료 효과와 안전성은 추가 임상연구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
혈액검사를 통한 암 진행 예측 가능성도 제시됐다. 유방암 환자의 혈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miR-1290 농도가 높은 환자일수록 암 진행이 빠르고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miR-1290을 활용하면 혈액 속 특정 물질을 분석해 암의 진행 상태와 치료 경과를 예측하는 바이오마커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현수 박사는 “이번 연구는 암 주변 세포가 암세포를 자극하는 신호 전달 경로를 밝혀낸 것”이라며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인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표적 치료법과 정확한 진단 기준을 제공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시그널 트랜스덕션 앤드 타깃 테라피(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 9월 20일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