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료법 시행규칙 등 입법 예고

지역·처방 약 7일·비대면진료 비율 등 ‘제한’

‘3달 이상 처방’ 탈모인·만성질환자 ‘직격탄’

탈모로 고통받는 여성의 모습. 해당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작됐습니다. [제미나이 제작]
탈모로 고통받는 여성의 모습. 해당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작됐습니다. [제미나이 제작]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석 달’ 처방받으려면 병원 13번 가란 소리냐.” (비대면진료 플랫폼 이용자 발언 중)

정부가 비대면진료 플랫폼 처방 일수를 ‘최대 7일’로 제한하면서 탈모인뿐만 아니라 만성질환자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단기간 완치되는 질환이 아닌 ‘수년간’ 꾸준히 먹어야 하는 약도 처방 일수 제한이 적용되면서 기존보다 병원을 더 가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비대면진료 업계의 ‘고사 위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 이용 모습. [헤럴드 DB]
비대면 진료 이용 모습. [헤럴드 DB]

21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료법 시행규칙 및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등’을 입법 예고했다.

이는 비대면진료에 대한 규칙을 담은 것으로 ▷초진 환자 주소지와 같은 시도 의원급 기관 진료 가능(희귀질환 등 예외·지역 제한) ▷처방 약 7일 제한(1회에 한해 최대 30일 처방) ▷비대면진료 건수 전체 진료 건수 30% 이내 제한 ▷비만치료제, 오·용 우려 의약품, 마약·향정신성 의약 처방 금지 등이 골자다.

문제가 되는 것은 ‘처방 약 7일 제한’이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1회에 한해 최대 30일 처방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이용하는 의사는 환자의 타 의료기관 처방 전력을 확인할 수 없다. 환자가 1회에 한해 허용된 ‘30일 처방’을 받았는지 의사가 확인할 수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비대면진료 의사는 혹시 모를 규정 위반을 우려해 ‘30일 처방’을 아예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결국 환자는 비대면진료 플랫폼으론 7일만 처방받게 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탈모약을 꾸준히 복용 중인 탈모인은 물론, 만성질환자들의 불만도 커지는 형국이다.

실제로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지난 2023년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비대면진료 약 492만건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플랫폼 이용자 평균 처방 일수는 7일 이내 45.2%, 8~29일 8.5%, 30일 이상 46.3% 등으로 집계됐다.

30일 이상 처방은 탈모(98.12%), 고지혈증(94.10%), 고혈압(92.18%) 등 탈모와 만성 질환자에 집중됐다.

더욱이 처방 일수 7일 제한으로 탈모 등 약을 처방받기 위해서는 석 달 동안 ‘약 13번’의 비대면 진료를 더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약값을 제외하고도 진료비만 4500원에서 ‘약 6만원’으로 늘어난다.

기존에 한 번 받던 진료(기존 처방 일수 90일 기준·약값 제외)를 더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탈모약 성지’라고 불리는 종로 5가 한 병원 내부에서 탈모약 처방을 위해 시민들이 기다리고 있다. 김용재 기자
‘탈모약 성지’라고 불리는 종로 5가 한 병원 내부에서 탈모약 처방을 위해 시민들이 기다리고 있다. 김용재 기자

업계에서도 초진 비대면진료에 지역 제한, 의료기관별 비대면진료 비율 제한 등 규제가 중복된 가운데, 처방 일수까지 7일로 제한하는 것은 의료인 책임 부담과 환자 불편을 가중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0일 처방 예외 1회 적용 여부를 확인할 수단이 없어 의료 현장에서는 예외 적용을 기피하고, 사실상 초진 7일 일률 제한으로 귀결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비대면진료 업계 고사는 물론, 장기 복약 환자의 치료 연속성 저해, 반복 진료에 따른 환자 의료비·건강보험 재정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처방 일수를 일률적으로 정하거나, 예외 횟수를 1회로 한정하는 등 규제가 아닌 비대면진료를 시행한 의료인의 판단을 존중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