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유네스코 김장문화 등재기념 갈라쇼

김장 가구 감소, 중국산 김치 의존도 커져

사람의 유대감 이어주는 김장의 가지 되새겨

20일 경기도 남양주 이하연김치문화원에서는 ‘제1회 이하연 김치명인과 함께하는 유네스코 김장문화 등재기념 갈라쇼’ 현장에서 이하연 명인이 참가자에게 김치를 전달하고 있다. 채상우 기자
20일 경기도 남양주 이하연김치문화원에서는 ‘제1회 이하연 김치명인과 함께하는 유네스코 김장문화 등재기념 갈라쇼’ 현장에서 이하연 명인이 참가자에게 김치를 전달하고 있다. 채상우 기자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1990년대만 하더라도 이맘 때 쯤 하는 김장은 마을의 연례 행사였다. 커다란 고무다라이에 빨간 속이 한 가득, 한쪽에는 절인 배추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그 옆 한 자리씩을 차지한 아이들은 갓 만든 겉절이 한입을 군침을 흘리며 지켜보곤 했다. 배추 속을 쭉 찢어 양념을 묻혀 입에 넣어주면,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

그런 일상의 풍경도 이제는 옛날의 추억으로만 남았다. 김치 소비 감소, 공동체 사회의 붕괴 등의 이유로 김장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서 4인 가구 기준 김장용 배추 구매 의향 수량은 2020년 21.9포기에서 2025년 18.3포기로 감소했다. 5년 사이 약 16.4% 줄어든 것이다. 젊은 층에서는 이제 김장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다음 세대에 김장은 아예 사라진 문화가 될 지 모른다.

이 때문에 저렴한 중국산 김치가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2021년 24만톤에서 2025년 33만6000톤으로 약 40% 늘었다. 2026년에도 1~8월 수입량이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하며 같은 기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산에 비해 2~3배 저렴한 중국산 김치는 외식업계에서는 중국산 배추는 선택이 아닌 필수 선택이 됐다.

김치를 둘러싼 논란은 가격과 수입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2021년 중국의 유명 인플루언서가 김치를 담그는 영상을 올리면서 ‘중국 음식’을 뜻하는 해시태그를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한국의 김치 문화를 중국 음식으로 오인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21년 유명 중국 인플루언서가 김치를 담그면서 ‘중국음식’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논란이 일었다. [유튜브 캡쳐]
2021년 유명 중국 인플루언서가 김치를 담그면서 ‘중국음식’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논란이 일었다. [유튜브 캡쳐]

중국 매체의 보도도 논쟁을 키웠다. 2020년 중국의 절임 채소인 파오차이(泡菜)가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국제표준을 획득하자,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이를 중국이 김치 산업의 국제표준을 주도하는 성과인 것처럼 보도했다. 다만

이 때문에 중국에 김치를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하연 김치 명인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종주국의 대표 음식을 해외에 의존하는 경우는 없다”고 걱정을 털어놨다. 실제 중국에서는 틈틈히 김치를 자국 문화로 오도하는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2020년 중국의 파오차이(泡菜)가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국제표준을 획득하자, 이를 중국이 주도하는 김치 산업의 국제표준인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서로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김장의 가치 확인하는 잔치 열려

20일 경기도 남양주 이하연김치문화원에서는 ‘제1회 이하연 김치명인과 함께하는 유네스코 김장문화 등재기념 갈라쇼’ 에서 김장 시연을 하는 이하연 명인(붉은 한복)과 제자들. 채상우 기자
20일 경기도 남양주 이하연김치문화원에서는 ‘제1회 이하연 김치명인과 함께하는 유네스코 김장문화 등재기념 갈라쇼’ 에서 김장 시연을 하는 이하연 명인(붉은 한복)과 제자들. 채상우 기자

그렇지만, 아직 희망은 꺼지지 않았다. 우리의 김치와 김장문화를 되새기기 위해 각계각층이 한자리에 모였다.

20일 경기도 남양주시 이하연김치문화원에서는 ‘제1회 이하연 김치명인과 함께하는 유네스코 김장문화 등재기념 갈라쇼’가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대한민국김치협회장을 역임한 이하연 명인과 제자들, 서울 시의회 및 교수들 등 각계각층의 150명의 참석자가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500kg에 달하는 김장을 하는 시연이었다. 이하연 명인은 텃밭에 2500포기의 배추를 직접 심어 키우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하연 명인과 제자들은 무와 배를 썰고 양념을 버무리며 순식간에 수백 포기의 김치를 만들어냈다.

갓 삶은 돼지 수육을 겉절이에 싸 참석자들과 나눠 먹기도 했다. 한국인들은 물론 일본인, 미국인 등 맨손으로 김치를 받아먹으면서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김장은 단순히 조리하는 게 아닌, 모두가 함께 즐기는 순간이었다.

20일 경기도 남양주 이하연김치문화원에서는 ‘제1회 이하연 김치명인과 함께하는 유네스코 김장문화 등재기념 갈라쇼’  현장. 채상우 기자
20일 경기도 남양주 이하연김치문화원에서는 ‘제1회 이하연 김치명인과 함께하는 유네스코 김장문화 등재기념 갈라쇼’ 현장. 채상우 기자

어느새 해가 뉘엇뉘엇 지고 부뚜막에 장작을 태우는 냄새가 퍼지며, 본격적인 잔치는 시작했다. 김치와 떡과 막걸리, 수육 등이 가득 차려진 상에 둘러 앉아 모두가 행복해 하며 서로의 거리를 좁혔다. 소리꾼 이장학 선생고 이하연 명인과 제자들이 우리 소리로 흥을 돋우었다.

언어가 달라도, 직업이 달라도 그런 건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는 추억을 이야기하고 또 누군가는 처음 경험한 한국의 음식문화에 대한 감상을 나눴다. 함께 김치를 담그고 나눠 먹는 동안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처럼 어우러졌다.

이날 현장에서 확인한 김장의 가치는 여기에 있었다. 김장은 겨우내 먹을 김치를 마련하는 실용적인 노동이면서, 이웃을 불러 모으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공동체의 의식이기도 했다. 유네스코가 김치라는 음식 자체가 아니라 김장을 함께 담그고 나누는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20일 경기도 남양주 이하연김치문화원에서는 ‘제1회 이하연 김치명인과 함께하는 유네스코 김장문화 등재기념 갈라쇼’  현장. 채상우 기자
20일 경기도 남양주 이하연김치문화원에서는 ‘제1회 이하연 김치명인과 함께하는 유네스코 김장문화 등재기념 갈라쇼’ 현장. 채상우 기자

박채린 세계김치연구소 단장은 “김장은 이웃들이 모여서 함께 만드는 공동체 문화가 녹아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며 “최근 들어 각 가정에서 김치를 잘 담그지 않고, 이웃과 함께하는 김장문화가 점차 사라져 가는 상황에서 이처럼 각계각층이 함께 참여하는 김장문화 축제를 여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장하는 집은 집은 줄고 있다. 그러나 이날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김장문화가 과거의 풍경으로만 남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김장문화가 이어져야 하는 이유는 김치의 맛에만 있지 않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그 마음에 있지 않을까.

최현석 스타 셰프와 함께하는 미식 탐방  -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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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와 최현석 쵸이닷(CHOI.) 셰프가 함께하는 미식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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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