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사람만 있고 살 사람 없는 코스피
SK하이닉스 자사주 매입 종료 임박
자사주외 외인 매도 받을 여력 부족
투심 악화·외인 매도에 ‘수급 공백’
엘리스·코어위브發 AI 투심 냉각
“주주환원 추가책이 단기 변곡점”
외인 투심 회복이 수급해소 열쇠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 종료도 임박하면서 코스피 수급 공백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두 대형주의 자사주 매입은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와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위축 속에서 사실상 국내 증시를 유일하게 떠받쳐온 수급 주체였다.
단기적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추가 주주환원 정책에 따른 2차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이 수급 공백을 완화할 요인으로 주목된다. 보다 근본적으론 외국인 투자 심리 회복이 관건이고, 이는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 전망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체결률은 전날 기준 96.59%에 달했다. 누적 취득 주식은 2325만주, 매입 금액은 39조4269억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19일 40조43억4000만원을 투입해 자사주 2407만주를 취득한 뒤 전량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매입 기간은 8월 20일부터 11월 19일까지로 정했다. ▶관련기사 3면
현재 남은 물량은 약 82만주다. 최근 SK하이닉스가 하루 40만~50만주씩 사들이는 속도를 고려하면 2거래일 내 매입을 완료할 전망이다. 당초 예정된 11월 19일보다 약 한 달 앞당겨지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24일부터 10월 6일까지 약 15조원을 투입해 자사주 5685만주를 취득했다. SK하이닉스까지 매입을 마치면 이달 중 국내 반도체 양대 기업의 자사주 취득이 모두 종료된다.
반도체 ‘투톱’의 자사주 매입은 최근 국내 증시를 이끈 주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월 20일부터 전날까지 기타법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2조4889억원을 순매수했다.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은 투자자별 매매동향에서 기타법인 매수로 집계된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50조5360억원을 순매도했다. 기타법인이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물량을 받아낸 셈이다.
문제는 자사주 매입이 끝난 이후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두 기업의 매수 물량까지 사라지면 코스피의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란 우려다.
증시 대기자금과 거래대금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9일 기준 92조96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16일(91조2181억원) 이후 약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피 거래대금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거래대금이 지난주 일평균 23조원대에서 이번 주 17조원대까지 감소했다”며 “호가가 얇아진 환경이다 보니 이전보다 적은 외국인 순매도 물량(전일 5300억원)에도 장중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코스피의 단기 변곡점은 주주환원 정책이 될 전망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이 이번에 종료되더라도 10월에 본격화되는 3분기 실적 시즌을 계기로 주주환원 정책은 또 재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잉여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최소 30조원 이상의 추가 주주환원 재원을 예상한다”며 “배당금보다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중용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현재 진행 중인 40조원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종료 후 즉각적인 신규 환원 정책 도출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올해 잔여 주주환원 가능액을 90조~110조원으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정규 분기배당을 포함한 30조원을 3분기 배당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배당 내용은 이달 말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나머지 주주환원 규모와 방식은 내년 1월 말 확정할 예정이다.
더 중요한 건 외국인의 매수세이다. AI 반도체주 중심의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 심리 회복은 결국 AI 산업에 대한 전망에 달렸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지속적으로 회복하려면 AI 투자 재원과 메모리 초과이익에 대한 의구심이 함께 줄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이림 기자
mo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