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MLCC 납기 52주로 늘어
AI 수요 강력, 범용 제품까지 공급난
기판 물량 부족 속 공급자 우위 시장
가격 협상력 상승, 판가인상 수혜기대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전자부품 산업 전반이 초호황기에 진입하면서 고부가가치 제품뿐만 아니라 범용 제품까지 공급 부족에 시달리며 납기가 길어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제품을 주문 후 최종 전달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이달 들어 52주로 더 늘어났다. 고객사가 현재 물량을 주문한 후 실제 받기까지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만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종의 ‘댐’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PC부터 안정적인 전원 공급이 요구되는 AI 서버, 데이터센터에 이르기까지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AI 서버에는 일반 서버보다 10배 이상 많은 MLCC가 탑재된다.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고성능 MLCC 주문이 쇄도하고 있지만 실제 공급이 가능한 업체는 삼성전기와 일본 무라타 두 곳에 불과하다.
두 기업의 생산 물량만으로는 현재 밀려오는 주문을 감당할 수 없는 만큼 MLCC의 납기 지연 및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대형 고객사들은 삼성전기의 MLCC를 선점하기 위해 서둘러 내년 한 해 물량에 대한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삼성전기가 올해 들어 공시한 MLCC 관련 수주 규모만 약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업계는 납기 장기화가 고용량·고성능 MLCC뿐만 아니라 저용량·전장용 제품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만큼 MLCC의 쇼티지(공급부족) 상황이 길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기의 경우 MLCC를 생산하는 컴포넌트사업부의 올해 상반기 가동률은 91%를 기록하며 사실상 풀가동 수준을 보이고 있다. 수요 증가에 대응해 필리핀 공장 증설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양산은 2027년 이후로 예상돼 당분간 공급부족은 불가피하다.
그간 MLCC와 실리콘 커패시터에 집중됐던 장기공급계약(LTA)이 반도체 기판까지 확대되면서 기판의 공급 부족도 심화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 19일 글로벌 메모리 기업과 3605억원 규모 메모리 반도체용 패키지 기판 LTA를 체결했다. 내년부터 1년간 차세대 메모리에 탑재되는 고성능 기판을 공급한다. 올 들어 삼성전기가 기판 LTA를 공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증권업계는 삼성전기가 메모리용 BGA(볼그리드어레이)를 중심으로 공급 계약을 맺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여기에 고성능 반도체에 쓰이는 FC 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도 함께 공급하는 식이다. BGA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를 메인보드와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패키지 기판이다.
대만·일본 등 글로벌 기판 업계가 고부가 ABF(아지노모토빌드업필름) 기판을 중심으로 증설 투자에 나서면서 범용 메모리에 쓰이는 BT(비스말레이드트리아진) 소재로 만든 BGA 기판까지 공급 부족에 처한 상황이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BT 계열 기판에서도 처음으로 공급계약이 공시되며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이 확인됐다”며 “주요 업체들의 보수적인 증설 기조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기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지면서 판가 인상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 업계에선 삼성전기의 FC BGA 영업이익률을 30%, BGA 기판 영업이익률을 8% 정도로 추정하는데 내년에는 각 40%, 10%로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MLCC와 기판 사업이 동반 성장하면서 올해 영업이익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분기 매출 3조4572억원, 영업이익 4404억원을 기록했는데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3분기엔 매출 3조8282억원, 영업이익 6454억원이 예상된다.
연간으로도 2조원 넘는 영업이익이 기대된다. 김현일·이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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