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유묵 사태에 15개월만에 물러나

“실추된 박물관 명예 회복 위해 사퇴”

[연합]
[연합]

유홍준(사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개인 소장 유묵을 독립운동가의 글씨로 잘못 소개해 전시한 논란에 책임을 지고 21일 사의를 표명했다. 취임 15개월 만이다. 친일파 글씨를 독립운동가 작품으로 잘못 소개해 박물관 신뢰도를 실추시켰다는 비판이 결정적이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날 개인 소장 유묵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을 둘러싼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유 관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서 국립중앙박물관에 보내주신 깊은 신뢰와 박물관 직원들이 쌓아 올린 가치가 나의 개인적인 실수로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그간의 모든 비판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실추된 박물관의 명예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관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이번 일로 인해 실망하고 상처받으신 국민 여러분과 애국지사 유족 분들, 그리고 박물관 직원 분들께 깊이 사죄드린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7월 개막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출품된 ‘일반시국은’ 유묵에서 비롯됐다. ‘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라는 뜻의 문구를 담은 이 작품은 유 관장이 2019년 온라인 경매에서 5만 원에 낙찰받은 개인 소장품이다. 당시 경매에서는 ‘조선통신사 일행 박덕원’의 글씨로 소개됐으나, 유 관장은 작품에 적힌 ‘한인(韓人) 박원근’ 서명을 보고 독립운동가 박원근의 유묵으로 판단해 전시에 출품했다.

그러나 전시 개막 한 달여 만에 서명의 ‘박원근’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의 다른 이름일 가능성이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박물관은 8월 10일 작품을 전시에서 철거하고 12일 검증 절차 미흡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지난 15일에는 해당 작품이 유 관장의 개인 소장품으로 알려지면서 앞선 사과 과정에서도 소장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비판으로 논란이 확대됐다.

김명상 기자


terr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