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40년 전 성학대 소송 허용

妻 린다 교육부 장관도 피고 명단에

2009년 WWE 회장 시절의 빈스 믹맨. [게티이미지]
2009년 WWE 회장 시절의 빈스 믹맨.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세계 최대 프로레슬링 단체 WWE의 전 회장 빈스 믹맨(81)이 과거 미성년자 성학대 의혹과 관련한 민사소송을 기각시키려 했으나 미국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일 미국 프로레슬링 전문매체 POST 레슬링 등에 따르면 메릴랜드주 연방지방법원의 제임스 브레더 판사는 WWE와 모회사 TKO그룹, 빈스 믹맨 전 회장 등이 제기한 소송 기각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1980~1990년대 WWE의 전신인 WWF에서 링 설치와 행사 보조 업무를 맡았던 미성년자들이 성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원고로 참여한 남성 7명은 당시 WWF 링 아나운서이자 현장 책임자였던 멜 필립스로부터 성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3명의 관리자는 모두 사망한 상태다.

원고측은 WWE 경영진이 당시 학대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2024년 10월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 측은 관련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이번 법적 다툼의 핵심은 메릴랜드주가 2023년 제정한 ‘아동 피해자법’의 위헌 여부였다. 이 법은 아동 성학대 피해에 대한 민사소송 제기 시효를 폐지해 수십 년 전 사건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WWE와 믹맨 측은 사건 발생 후 약 40년이 흘러 주요 관련자가 사망하고 증거 확보도 어려워졌다며, 시효가 지난 사건에 다시 소송을 허용하는 것은 미국 수정헌법 제14조의 적법절차 조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시간이 오래 흘러 피고 측의 방어가 어려워졌다는 사정만으로 해당 법률을 위헌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소송은 증거 제출과 증인 신문 등을 진행하는 증거개시 절차로 넘어갈 수 있게 됐다. 법원은 11월 17일 향후 재판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믹맨은 WWE를 세계적인 프로레슬링 기업으로 키운 인물이지만 오랫동안 성추문에 휘말려 왔다. 2022년에는 여성들과 체결한 거액의 비밀유지 합의가 드러나 WWE 회장 겸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2024년에는 전 직원 자넬 그랜트가 믹맨에게 성폭력과 성착취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믹맨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WWE 모회사인 TKO그룹 회장직에서도 사임했다. 해당 소송은 올해 7월 법원 밖 비공개 중재 절차로 넘어갔다.

지난해에는 여성 2명과 체결한 총 1050만달러 규모의 비밀유지 합의를 회사에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문제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제재를 받았다. 믹맨은 40만달러의 민사제재금을 납부하고 WWE에 약 133만달러를 반환하기로 합의했다.

피고 명단에는 믹맨의 아내이자 WWE 전 최고경영자(CEO)인 린다 믹맨도 포함됐다. 현재 미국 교육부 장관인 린다는 당시 성학대 의혹을 알고도 방치했다는 주장을 받고 있으나, 관련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yj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