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물 금리 4.92% 24년만에 최고근접
긴축정책 고삐 죄자니 국민반발 거세고
국채금리 상승에 재정부담 갈수록 커져
주요 도시에 야간통금령·루브르도 봉쇄
24일 ‘노란조끼’ 전국적인 시위 재개 예고
혼란 장기화 조짐…유로존 금융불안 고조
프랑스 전역을 뒤흔든 대규모 폭동의 충격이 금융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24년 만의 최고 수준에 근접한 가운데 주요 도시에는 야간 통금령이 내려지고 세계적인 관광명소인 루브르 박물관까지 시위대에 가로막혔다. 오는 24일에는 ‘노란조끼’ 운동의 재개까지 예고돼 사회 혼란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프랑스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긴축에 나설수록 국민 반발이 거세지고, 이에 국채금리가 상승해 재정 부담이 더욱 커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4.92% 수준까지 치솟았다. 전 거래일보다 약 13bp(1bp=0.01%포인트) 상승하며 이달 초 기록한 2002년 이후 최고치인 4.99%에 바짝 다가섰다.
특히 유로존의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독일 국채와의 금리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10년물 국채금리 격차는 146bp까지 확대돼 2주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달 초에는 약 160bp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국채금리 격차는 투자자들이 프랑스 정부에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독일보다 얼마나 높은 이자를 요구하는지를 보여준다. 격차가 확대됐다는 것은 프랑스의 재정과 정치적 안정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약해졌다는 의미다.
금융시장을 흔든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주말 프랑스 전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동이다. 생활비 상승과 교육환경 악화에 항의하는 시위에 지난 17일 약 50만명이 참여했으며, 일부 지역에서 폭력 사태로 번졌다.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공공시설이 불타고 상점들이 약탈당했다.
프랑스 정부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사업체는 최소 3000곳에 달하며 재산 피해 규모는 수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체포된 인원도 2500명을 넘어섰다.
프랑스 정부는 주요 도시에 야간 통금령을 내리는 등 치안 강화에 나섰다. 릴을 비롯한 북부 4개 도시에서는 19일부터 이틀간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통행을 제한하기로 했다. 파리 일부 지역에도 야간 통금 조치가 시행됐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질서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면 국가비상사태 선포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로랑 뉘네즈 내무장관은 주말 폭동 당시 일부 도시에서 경찰이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인정했다.
시위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도 번졌다. 이날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학생 시위에 동참한 약 10명의 시위대가 유리 피라미드 입구 주변을 점거하고 출입구를 봉쇄했다. 이로 인해 박물관은 예정된 시간에 문을 열지 못했다. 시위대는 교육환경 개선과 경찰의 강경 진압 중단을 요구했다.
사회적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2018년 유류세 인상에 반발하며 시작됐던 노란조끼 운동 세력이 24일 전국적인 시위 재개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음 주에도 시위를 이어가고 11월 5일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노란조끼 운동은 2018년 마크롱 정부의 유류세 인상에 반발해 시작된 뒤 생활비 부담과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항의로 확산한 바 있다. 이번에도 물가 상승과 공공서비스 악화에 대한 불만이 시위의 핵심 배경이라는 점에서 당시와 유사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지난 3월 이후 경유 가격이 약 40%, 휘발유 가격이 25% 상승했다. 식료품 가격도 최근 5년간 25% 올라 가계의 생활비 부담이 커졌다. 문제는 사회적 불만이 폭발한 시점에 프랑스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긴축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5.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EU)이 정한 재정적자 기준인 GDP 대비 3%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국가채무 비율도 GDP 대비 약 119%에 달하며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에는 128%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지출 삭감과 재정개혁을 통해 적자를 줄여야 하지만 생활비 부담에 반발하는 시위가 격화하면서 긴축정책을 추진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재정적자 감축이 지연되면 투자자들은 프랑스 국채에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된다. 국채금리 상승은 신규 국채 발행과 기존 채무의 차환 과정에서 정부의 이자 부담을 늘려 다시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프랑스 국채의 약 55%를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해외 투자자들이 정치적 불안과 재정 악화를 이유로 프랑스 국채 비중을 줄일 경우 국채금리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프랑스의 정치적 혼란이 다른 유로존 국가로 확산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이날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1bp 오른 4.58%를 기록했다. 프랑스 국채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가 재정 부담이 큰 다른 유럽 국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프랑스의 국가부도 위험을 가늠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전 거래일보다 5bp 오른 약 82bp를 기록했다. 유로화 역시 달러와 파운드화, 엔화 대비 0.2~0.3%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23일 예정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프랑스 국가신용등급 검토에 주목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추가로 강등될 경우 국채시장에 부담이 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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