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한 단팥빵을 사기 위해 40분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더 인기 있는 야채튀김을 맛보려면 1시간 대기는 각오해야 한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철서구에서 시작한 대형 창고형 오프라인 유통업체 ‘카이신농장(開心農場·행복한 농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중국은 한때 글로벌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의 ‘무덤’으로 불렸다. 세계적인 유통기업들은 야심차게 중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지분을 현지 기업에 넘기며 사실상 철수했다. 그 배경에는 중국 전역에 촘촘히 구축된 온라인 유통망과 초고속 배송 서비스가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무역관 입구에도 점심 무렵이면 각종 채소와 생활용품이 쌓인다. 직원들은 소량이라도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에 바로 배송받는다. 이러한 물류 시스템은 대부분의 사무실, 호텔, 아파트에 이미 일상적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은 그야말로 ‘온라인 유통의 천국’이다.
그런 시장에서 카이신농장은 조용한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의 콘셉트는 동북 지역의 전통 ‘조시장(早市場)’을 실내로 옮겨온 것이다. 신선하고 저렴한 농수산물을 제공하는 동시에, 전통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먹거리의 즐거움까지 결합했다.
카이신농장의 경쟁력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가격과 품질이다. 생산자와의 직거래를 통해 신선한 상품을 확보하고, 가격은 전통시장 수준으로 낮췄다. 동시에 자체적인 품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소비자에게 ‘믿고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소비자들이 굳이 시간을 들여 방문하는 이유다.
둘째는 철저한 위생 관리다. 전통시장의 먹거리는 매력적이지만 위생에 대한 불안이 존재한다. 카이신농장은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원재료 검사부터 조리까지 전 과정을 매장 내에서 공개하는 ‘오픈 키친’ 시스템을 도입했다. 예컨대 양고기를 발골하고, 손질하고, 꼬치에 끼워 굽는 과정이 일사불란하게 이어진다. 신선함과 신뢰를 동시에 보여주는 구조다.
성과도 눈에 띈다. 2023년 문을 연 1호점은 하루 매출 70만위안(1억4000만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후 2호점에 이어 올해 2월에는 3호점까지 확장했다. 특히 3호점은 고객 불편사항이었던 주차 문제를 개선해 약 2만8000㎡ 규모로 조성됐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소비재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역 특성과 소비 경험을 결합한 오프라인 모델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적으로 유사성이 높은 동북 지역은 한국 식품과 소비재의 진출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다.
필자가 카이신농장 경영진과의 면담 자리에서 동사장인 자이지팡에게 건네받은 양꼬치 한 점은 이 모든 설명을 대신해 주었다.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느껴진 신선함은 인상적이었다. 그 순간, ‘왜 사람들이 줄을 서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 먹어본 양꼬치 중 가장 신선한 맛이라는 말로 답을 했더니 동사장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고객의 만족과 사업자의 확신이 동시에 만들어내는 공간, 동북에서 시작된 이 ‘작은 반란’은 앞으로 더 큰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기업들도 이제 이 변화를 주목할 시점이다. 행복함이 피어나고 있는 카이신농장을 주목해 보자.
김상환 코트라 선양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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