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일 열린 산업기술보호위원회에서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산업통상부에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고 범죄수익 몰수·추징과 손해배상을 강화하기로 했다. 피해 기업이 기술 개발에 들인 비용만큼은 손해배상액에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첨단기술이 국가 경쟁력과 경제안보를 좌우하는 지금 필요한 조치다.

산업부의 수사 권한 신설은 기술 유출 사건에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경찰청 등 수사기관과 정보 공유를 확대해 공조와 대응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해외법인 매각·철수와 외국인 인수·합병 심사를 확대하고, 중소기업과 대학의 보안 점검, 국가핵심기술 관련 연구개발 과제의 보안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대법원 양형기준 상향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진작에 했어야 할 일이다.

기술 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고, 한 기업의 생존이 걸려 있는 경우가 많다. 첨단기술 하나가 국가 경제를 좌우하기도 한다. 중요한 기술을 노리는 유출 범죄도 갈수록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기술 유출 범죄는 2021년 89건에서 2025년 179건으로 5년 새 두 배가량 늘었다. 해외 유출도 같은 기간 9건에서 33건으로 3.7배 증가했다. 피해 규모는 23조원에 달한다. 유출 기술 가운데 반도체가 가장 많았고 디스플레이, 2차전지, 조선이 뒤를 이었다. 모두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 기술이다.

범죄가 늘어나는 데는 솜방망이 처벌이 한몫한다고 볼 수 있다. 2025년 기술 유출 범죄 판결 100건 가운데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27건에 그쳤고 나머지 73건은 집행유예를 받았다. 집행유예 비율도 2023년 48.3%에서 2024년 62.1%, 지난해 73%로 높아졌다. 국가와 국민이 입는 피해가 막대한데도 집행유예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합당한지 양형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만이 올해 TSMC 2나노 공정 기술의 해외 유출에 징역 10년을 선고했는데, 우리 법원은 삼성전자 D램 기술을 중국 창신메모리에 유출한 범죄자에게 징역 6년4개월을 내렸다. 주요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처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기술 유출을 사전에 차단하는 일이다. 기술 유출의 통로를 면밀히 살피고, 보안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기업과 대학의 보안 역량을 높일 지원도 강구해야 한다. 핵심인재 빼가기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인력의 해외 이동도 주시해야 한다.

인공지능(AI)을 악용한 해킹과 정보 탈취도 우려가 크다. 내부자의 고의적인 유출뿐 아니라 외부의 사이버 공격으로 핵심 기술이 빠져나갈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보안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늑장 대응으로 소중한 국가 자산을 잃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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