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몬스터 매장 설치된 움직이는 로봇 오브제
10년째 로보틱스랩 운영…전문가 60여명 근무
“브랜드 공간 경험과 정체성 만드는 핵심 조직”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SF 영화에서 볼 법한 근위병 로봇, 미래 도시를 형상화한 듯한 움직이는 구체 오브제…. 서울 성수동 젠틀몬스터 플래그십 매장 ‘하우스 노웨어 서울’에선 현실에서 마주하지 못한 풍경이 펼쳐진다. 곳곳에 설치된 대형 로봇이 저마다 움직이며 매장을 낯선 세계로 바꿔놓는다. 방문객들은 한참 시선을 떼지 못하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
로봇은 2011년 시작해 15년 만에 K-아이웨어 대표 브랜드로 성장한 젠틀몬스터의 차별화 요소 중 하나다. 젠틀몬스터는 브랜드 세계관을 오프라인 공간에서 직접 경험하도록 하는 리테일 전략을 펼쳤다. ‘하우스 노웨어’는 제품 진열·판매에 집중하는 기존 오프라인 매장의 고정관념을 깨고, 예술·디자인·상업 공간을 융합한 ‘퓨처 리테일(Future Retail)’이라는 방향을 제시하는 공간이다.
로봇도 직접 개발·제작한다. 젠틀몬스터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지난 2017년 20억원을 들여 로봇 기업 위저드를 인수하고 전담 조직인 ‘로보틱스 랩’을 신설했다. 이후 10년째 매장에 활용되는 로봇과 키네틱 오브제에 대한 독자적인 연구·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설계·제어·제작 등에 약 60명의 전문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로보틱스 랩의 역할은 단순히 움직이는 로봇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디자이너가 구상한 장면과 움직임을 기술적으로 구현해 브랜드의 세계관을 실제로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로봇공학과 인터랙티브 기술 등을 활용해 오브제의 크기와 형태는 물론 관절의 위치, 움직이는 속도와 방향까지 세밀하게 설계한다. 사람의 표정이나 동물의 호흡처럼 미세한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수많은 반복 테스트도 거친다. 때문에 하나의 로봇 작품을 완성하는 데 통상 1년이 걸린다.
외부에서 보기엔 아이웨어 회사에서 로봇에 이렇게 투자하는 것이 낯설고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아이아이컴바인드 관계자는 “젠틀몬스터는 공간을 통해 브랜드가 상상하는 세계를 구현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감각과 경험을 전달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며 “로보틱스 랩은 브랜드의 독보적인 공간 경험과 차별화된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핵심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로보틱스 랩의 첫 작품은 2021년 ‘하우스 도산’에서 공개된 2m 크기의 6종 보행 로봇 ‘더 프로브’다. 현재까지 선보인 작품은 40여점이나 된다. 동물 로봇부터 휴머노이드형 댄서 로봇, 대형 헤드 로봇, 보행 로봇까지 각 공간의 콘셉트와 특성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선보여왔다.
지난 4월에는 아이아이컴바인드의 향수 브랜드인 탬버린즈의 새 컬렉션 출시를 기념해 13m 길이의 대형 닥스훈트 오브제를 선보였다. 거대한 강아지가 살아 숨 쉬는 듯한 모습을 연출해 화제가 됐다. 최근엔 미국 뉴욕 소호 플래그십 매장에 ‘글로시 헤드’를 설치했다. 사람의 얼굴에 기계적인 요소를 결합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헤드’ 시리즈의 일환이다.
로보틱스 랩은 영감을 얻기 위해 경계를 짓지 않는다. 사람과 동물의 움직임, 자연현상, 영화와 미술 장면 모두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익숙한 대상도 크기나 움직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른 존재로 느껴질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새롭게 해석하는 데서 작품 구상을 시작한다. 젠틀몬스터가 뉴욕, 런던, 파리, 밀라노 등 세계 곳곳으로 진출하고 있는 만큼, 현지 공간에 맞춘 작품 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패션 브랜드가 사내에 로봇 전담 연구 조직을 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시도다. 구글은 이 같은 차별화된 디자인 경쟁력에 주목해 지난해 6월 아이아이컴바인드 지분 4%를 약 1억달러에 인수했다. 젠틀몬스터는 조만간 구글, 삼성전자와 차세대 ‘인텔리전트 아이웨어’를 선보이며 패션과 테크의 접점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로보틱스 랩의 기술과 새로운 통찰이 아이웨어 디자인뿐 아니라 매장의 고객 경험과 공간 스토리텔링, 마케팅 방향성에도 새로운 관점을 더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조직 간의 다양한 관점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새로운 생각의 방식과 경험을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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