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신도들에게 굶어 죽어야 천국에 갈 수 있다고 가르쳐 어린이 190명 등 191명을 숨지게 한 케냐 사이비 종교 지도자가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1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케냐 몸바사 고등법원의 다이애나 카베드자 모차체 판사는 ‘굿뉴스 인터내셔널 교회’를 이끈 폴 매켄지와 교단 간부 28명에게 191건의 살인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결했다. 숨진 191명 가운데 190명이 어린이였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6일 열린다.
케냐 검찰은 매켄지가 “세상의 종말이 오기 전에 천국에 가야 한다”며 “신도들에게 자신과 자녀들을 굶겨 죽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매켄지는 신도들에게 굶으라고 강요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8시간 넘게 판결문을 읽은 모차체 판사는 일부 아이들은 부모가 지켜보는 가운데 격리된 채 음식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케냐 검찰에 따르면 재판부는 종교적 가르침과 교단 내 위계질서를 이용해 신도들에게 단식을 강요한 것이 집단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단식은 아이들부터 시작됐고, 감시인들이 신도들의 탈출을 막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에서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동남부 해안 도시 인근 숲의 농장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120명이 넘는 증인이 증언했다.
이날 법정에는 줄무늬 폴로셔츠에 빨간 바지 차림의 매켄지가 공동 피고인인 아내와 나란히 앉았다. 매켄지는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말없이 허공을 응시했다. 숲에서 숨진 이들의 유족들도 법정을 찾았다.
손주 2명 등 가족 8명을 잃은 프랜시스 완제(62)는 판결 전 “가족으로서 정말 무거운 일이었고, 심리적으로도 큰 고통을 겪었다”며 “이날을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매켄지의 아들 댄 폴 매켄지도 판결을 앞두고 아버지가 대량 살인으로 유죄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매켄지의 범죄는 2023년 3월 중순 한 주민이 경찰에 자기 형과 형수가 숲에서 자녀들을 굶겨 죽였다고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같은 해 4월 매켄지를 체포하고 숲을 본격적으로 수색해 집단 매장지를 파냈다.
지금까지 숲에서 수습된 시신은 429구에 이르지만, 상당수가 심하게 부패해 신원이 확인된 것은 26구뿐이다.
앞서 택시 기사 출신인 매켄지는 2003년 교회를 세웠다. 그는 학교와 병원을 ‘사탄의 기관’이라 부르며 신도들에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말고 아파도 병원에 가지 말라고 지시했다.
신도들은 비닐과 짚으로 지은 움막에서 살았고 매켄지는 거처를 예루살렘, 유대 같은 성경 속 지명으로 나눴다.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매켄지가 아이들, 여성과 젊은 남성, 나머지 남성 순으로 세 단계에 걸쳐 집단 아사를 계획했다고 전했다.
매켄지는 테러 관련 혐의 등으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매켄지가 수감 중에도 샤카홀라에서 30㎞가량 떨어진 마을에서 52명이 숨지도록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매켄지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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