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관 아리셀 대표. [연합]
박순관 아리셀 대표. [연합]

1심 징역 15년→2심 징역 4년 대폭 감형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은 징역 7년 확정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2024년 경기 화성에 있는 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근로자 23명이 숨진 ‘아리셀 참사’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게 징역 4년이 확정됐다. 박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으로 감형됐는데,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확정하면서 징역 4년이 최종 형량이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20일 확정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박 대표의 아들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에 대해서도 징역 7년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이번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총괄책임자와 안전보건업무책임자의 책임 범위, 중대재해처벌법상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업무절차와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성평가 절차의 관계에 대해 대법원이 최초로 법리를 제시한 사례다. 대법원은 박 대표가 아리셀의 사업을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 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에 대해 “형식상의 직위·명칭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 전반을 총괄할 권한과 책임이 있고 사업의 조직, 인력, 예산에 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이라고 판시했다. 또한 “안전보건업무책임자가 있는 경우에도” 사업총괄책임자가 최종 의사결정권을 갖는 영역에서는 “여전히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 등으로서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봤다.

아리셀 참사는 2024년 6월 24일 경기 화성에 있는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사건이다.

박 대표는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에 대비한 매뉴얼을 갖추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같은 해 9월 구속 기소됐다. 박 총괄본부장은 전지 보관·관리 과정에서 발열 여부를 제대로 감시하지 않고 안전교육과 소방훈련 등 화재에 대비한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9월 1심은 박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하고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선고된 최고 형량이었다. 박 총괄본부장에게도 징역 15년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기업가가 평소에는 기업의 운영에 있어 매출과 영업이익의 증가에 온 힘을 쏟는 반면, 근로자들의 안전·보건에 관한 부분에는 비용을 최소화하여 이윤을 극대화해 오다가 막상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유족과 합의를 시도하고, 유족은 막다른 길에 몰려 생계 유지를 위해 선택의 여지 없이 합의에 이르게 돼 결국 기업가는 합의가 됐다는 이유로 선처를 받게 되는 선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악순환을 뿌리 뽑지 않는 한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 발생률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이러한 점에 비춰 피고인들이 유족들과 합의했다는 사정은 일부 제한적으로만 양형 사유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심은 지난 4월 박 대표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며 형량을 대폭 낮췄다. 박 총괄본부장도 징역 7년과 벌금 100만원으로 감형됐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박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하고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일부 공소사실에 대한 법리 판단을 달리했다. 특히 화재가 발생한 공장 3동 2층에 별도의 비상구를 설치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었는지를 두고 1심과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공장 1층에서 위험물질인 리튬을 취급한 만큼 2층에도 관련 안전보건규칙에 따른 비상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판단했는데, 2심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위험물질 취급 작업장과 해당 건축물에 비상구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건축물의 모든 층에 비상구를 설치하도록 규정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2심은 박 대표 등이 사망한 피해자 23명 전원의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참작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화재의 발생은 후속공정의 중단 및 화재나 폭발 시의 매뉴얼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기만 했더라도 막을 수 있었던 참사라는 점에서 피고인들의 책임은 매우 중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들은 사망한 피해자 23명 전원의 유족들에게 피해를 변제하고 합의했고, 상해를 입은 피해자들과도 모두 합의했다”며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위치가 출입문 부근이었고, 폭발 시작으로부터 불과 16초 만에 예상하기 어려운 속도로 화재가 진행 및 확산되는 등 이 사건 화재의 특수성이 피해자들의 사상의 결과에 끼친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선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 등’ 중 사업총괄책임자와 안전보건업무책임자의 의미, 안전보건업무책임자 인정의 판단기준 및 사업총괄책임자와 안전보건업무책임자 사이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와 그 위반에 따른 책임의 귀속주체를 정하는 기준에 대해 최초로 판시했다”며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아울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제3호 규정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업무절차와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 규정 위험성평가 절차의 관계 및 위 시행령 제4조 제3호 단서에 따른 같은 호 본문 의무 이행 간주의 요건과 범위에 대해 최초로 판시했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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