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우선권’ 담긴 표준정관 입수
“통상적 장치…타 기관 대비 오히려 유연”
연내 1호 투자 ‘촉각’…“기대 큰 만큼 성과 주목”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한국산업은행이 국민성장펀드 위탁운용사(GP)에 배포한 표준정관에 출자약정액의 60% 이상을 투자하기 전까지 유사한 성격의 신규 펀드 설립을 제한하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대규모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공동투자자를 모집할 경우 산업은행과 첨단전략산업기금에 우선 참여권을 부여하는 내용도 명시됐다.
20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민성장펀드 간접투자 분야 GP용 표준정관’에 따르면, 경합 펀드 설립 제한(제26조)과 공동투자 시 산업은행 우선 참여권(제53조) 등이 담겼다. 산업은행은 최근 간접투자 분야 1·2차 선정 GP에 정관을 배포했으며, 이르면 이달 말 날인을 거쳐 본격적인 펀드 결성에 착수할 전망이다.
해당 분야는 산업은행이 앵커 출자자(LP)로 참여하고 민간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탈(VC)이 추가 자금을 모아 펀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산업은행은 대신프라이빗에쿼티,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스틱인베스트먼트, 웰투시인베스트먼트,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 등을 GP로 선정했다.
제26조는 GP가 약정받은 출자금의 60% 이상을 실제 기업 투자에 쓰기 전까지 유사한 성격의 신규 펀드를 설립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1000억원을 약정받았다면 600억원 이상 투자해야 후속 펀드를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산업은행이 신규 펀드와 기존 펀드 간 투자 분야가 겹친다고 판단하면 GP는 이해상충 해소 방안을 마련해 승인을 받거나 설립을 중단해야 한다.
제53조는 대규모 M&A를 위한 공동투자자 모집이나 공동투자 펀드 조성 시 산업은행과 첨단전략산업기금에 지분율에 따른 우선 참여권을 부여한다. 두 기관이 거절해야 다른 출자자(LP)에게 기회가 돌아가며, 이후에도 투자 수요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외부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다.
운용사의 투자 자율성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두 조항을 비롯한 정관 내용 전반에 대해 “합리적이고 유연한 수준”이라는 관전평을 내놓는 분위기다.
PEF 운용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블라인드펀드는 70% 정도를 소진해야 다음 펀드를 만들 수 있다”며 “80~90%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정책펀드 운용 경험이 풍부한 GP 대표도 “과거 정책펀드나 국민연금(NPS) 기준과 비교해도 관행적인 수치”라고 평가했다.
연기금·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신규 펀드와 기존 펀드의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 일정 수준 투자 전까지 설립을 제한하는 것은 통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 역시 “심하면 90%까지 요구하는데 60%면 최근 본 정관 중 GP에 유리하게 열어준 편”이라고 분석했다.
공동투자 우선권도 앵커 LP에 부여하는 일반적인 권리라는 반응이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앵커 출자자에게 먼저 기회를 주는 게 상도에 맞다”며 “GP들이 자체 검토와 외부 로펌 자문을 거치는 만큼 합리성을 갖춘 조항들”이라고 말했다.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도 “국내외 정관에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규정으로, 특정 전략적투자자(SI)와 투자하려는 경우가 아니라면 GP에 불리하지 않다”고 짚었다.
다만 펀드 운용의 무게감은 상당하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산업은행이 펀드 결성과 투자금 집행을 독려하고 있지만, 우량 투자처 발굴과 실사·투자심의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면 연내 첫 투자 집행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GP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가급적 빨리 펀드를 결성하고 올해 안에 가시적인 투자 소식이 나오길 원하는 눈치”라며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 실제 집행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또 다른 GP 관계자도 “목표는 11월 펀드 설립, 12월 첫 투자지만 현장 작업의 선후 관계를 고려하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속도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국민성장펀드에 거는 기대와 상징성이 자리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GP 선정 여부가 PEF 업계의 중요한 분수령으로 작용하면서 탈락한 운용사들은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아온 국민성장펀드가 향후 어떤 성과로 기대에 부응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조정훈 의원은 “정관이 합리적인 수준을 갖췄다고 해도 핵심은 향후 실제 운용에 있다”며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내실 있는 성과를 내는 것이 우선이므로, 조기 성과를 위해 속도전을 펼치기보다 신중하고 안정적인 투자 집행에 주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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