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미국에서 중고 물품을 구입한 주민이 상자 속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류탄 6개를 발견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 조사 결과 수류탄은 실제 폭발 가능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ABC뉴스와 UPI통신,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텍사스주 오스틴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중고 물품 판매 행사에서 구입한 상자를 정리하던 중 군용 수류탄 여러 개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주민은 고인의 유품이나 이사 과정에서 처분하는 가재도구 등을 판매하는 ‘에스테이트 세일(Estate Sale)’에서 상자 여러 개를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건을 살펴보던 중 상자 안에 들어 있던 수류탄을 발견했고, 신고를 받은 경찰 폭발물 처리반이 현장에 출동했다.
현장에서 확인된 수류탄은 총 6개였다. 외형상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 주변 통제하고 X선 검사…실제 폭발 가능한 수류탄 확인
신고를 받고 출동한 오스틴 경찰은 즉시 현장 주변에 통제선을 설치하고 인근 주민들의 안전을 확보했다.
이후 폭발물 처리반이 수류탄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처리반은 수류탄을 X선으로 촬영해 내부 구조와 폭발물의 상태를 살펴봤다.
검사 결과 수류탄은 내부에 폭발물이 남아 있는 실탄 상태인 것으로 판단됐다.
현지 매체 크론에 따르면 오스틴 경찰 관계자는 수류탄이 약 80년 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오래된 군용 폭발물치고는 보존 상태도 양호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발견 당시 수류탄이 즉각적인 폭발 위험을 보이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다만 제작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나 폭발물의 안정성을 확신할 수 없어 전문적인 안전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폭발물 처리반은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절차를 거친 뒤 수류탄 6개를 모두 안전하게 수거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오스틴 경찰협회는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폭발물 처리반의 대응을 소개하며 오래된 폭발물을 다루는 작업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협회는 ”안정성을 알 수 없는 80년 된 폭발물을 다루는 일은 위험하고 정밀한 작업“이라며 현장을 통제한 경찰관과 폭발물 처리반의 대응을 높이 평가했다.
2차대전 미군이 사용한 ‘파인애플 수류탄’…판매 경위는 미궁
발견된 수류탄 가운데 일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사용한 ‘Mk 2’ 파편 수류탄으로 추정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오스틴 지역 방송 KLBJ는 현장에서 발견된 수류탄 중 최소 3개를 Mk 2 수류탄으로 식별했다.
Mk 2는 표면에 돌출된 격자무늬가 있는 수류탄으로, 파인애플과 닮은 모양 때문에 ‘파인애플 수류탄’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져 있다.
미군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널리 사용했으며 전쟁이 끝난 뒤에도 1960년대까지 제한적으로 운용됐다.
이처럼 오래된 군용 폭발물은 외관만으로 안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서 신관이나 내부 부품이 노후화할 수 있고, 폭발물의 상태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해당 수류탄이 어떤 경로로 개인 소유 물품에 포함됐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물품 판매자가 수류탄을 보유하게 된 경위와 폭발물이 들어 있는 상자가 일반 중고 물품과 함께 판매된 이유도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범죄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별도의 수사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건과 관련해 체포되거나 기소된 사람도 없다.
오스틴 경찰협회는 오래된 군용 폭발물이 발견될 경우 즉시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협회는 수류탄이나 포탄, 박격포탄 등 군용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를 발견하면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손을 대거나 옮기지 말고 911에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주민의 신고 이후 전문 인력이 현장에 투입돼 폭발물을 안전하게 수거했다. 경찰은 오래된 군용 장비를 발견했을 때는 외형만으로 위험성을 판단하지 말고 폭발물 처리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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