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부총리 시장안정 조치 언급

“공매도 중지 등 상황에 따라 판단

우리 경제·증시 기초 여전히 견조”

글로벌 증시 ‘AI 과잉투자’ 경고 속

코스피 장중 상승하락 반복 보합세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증시 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가동과 공매도 일시 중단 등 시장안정 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뒀다. 구체적인 조치는 시장 상황에 따라 판단하겠지만, 필요할 경우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관련기사 3·6·20면

이 부총리는 16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퀸시리낏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증안펀드 가동이나 공매도 일시 중지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시장 상황을 항상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하면 우리가 갖고 있는 시장안정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조치를 할지는 상황에 맞춰 하는 것이고 미리 이야기하면 그 자체의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다”면서 “시장 관리 차원에서 가장 적기에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증시 조정 요인으로는 글로벌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와 인공지능(AI)·반도체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문,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 등을 꼽았다. 특히 국내 증시의 높은 반도체 비중이 시장 변동성을 키운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 부총리는 “우리나라는 반도체 비중이 굉장히 높은 시장이라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고 본다”면서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등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와 증시의 기초여건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성장세를) 투자가 이끌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그 성장세가 소비 쪽으로도 전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반도체 외에 7대 시드(SEED), 한국형 녹색전환(K-GX), 서비스업 등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우리아이자립펀드도 증시 여건을 강화할 정책으로 꼽았다.

증안펀드는 증시 하락 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투자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펀드로, 금융회사와 정책금융기관 등이 공동 출자해 조성한다. 국내에서는 2003년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 2008년 리먼브라더스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2022년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에 조성됐다. 하지만 2008년 이후엔 실제 투입된 전례가 없다. 2020년 당시엔 10조원 가량 펀드가 조성됐으나 이후 증시가 반등하면서 실제 가동되지 않았다. 2022년에도 10조여원이 조성됐지만 쓰이지 않았다.

증안펀드 가동 등 대응 수단은 향후 주가 추이가 관건이다. 코스피는 19일 5500선을 밑돌며 3%대 하락 출발했다. 코스피 시초가가 5400선대를 기록한 건 지난 2월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이후 외국인 매수세 등에 따라 반등, 오전 중 소폭 상승전환했다가 곧바로 하락전환하는 등 보합세다. 오전 10시 30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 대비 0.03% 상승한 5669.81에 거래 중이다.

글로벌 증시에서는 AI 투자 붐이 과거 철도·닷컴 버블 당시의 과잉투자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제임스 매킨토시 칼럼니스트는 18일(현지시간) “AI 투자 붐이 1840년대 영국의 철도 투자 열풍이나 닷컴 버블 당시 광섬유망 과잉 구축과 다르지 않다”며 “인프라가 사회에 장기적인 편익을 가져오더라도 투자자에게 충분한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AI 관련 투자가 2032년까지 9조달러(약 1경204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AI 산업의 성장성뿐 아니라 막대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는 상태이다.

이 부총리는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서는 조정대상지역 매입임대아파트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부문에 매각할 경우 양도소득세 추가 감면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조정대상지역 매입임대아파트를 공공부문에 매각하고 공공 용도로 쓰게 된다면 추가적인 양도세 감면도 고민하고 있다”며 “정확하게 공공부문이 어디인지까지는 좀 더 고민해 볼 부분이 있지만 LH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해당 아파트를 원칙적으로 2027년 말까지 매각하는 경우에만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부총리는 매입임대아파트의 거래 부진과 임차인의 전월세 불안을 추가 감면 검토 배경으로 설명했다.

다음 달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심의를 앞둔 부동산 세제 개편안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의견을 주면 충분히 검토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과세는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부총리는 “지금 계속 우리 라인에서 의견을 듣고 있다”며 “종합해 판단하기 위해 현재는 듣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변동성 등을 고려해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국부펀드 설립과 관련해서는 사우디아라비아·싱가포르 재무장관과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향후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해외 국부펀드와 국내외 투자 협력체계 구축을 모색할 방침이다.

이 부총리는 지난 15~1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등에 참석하며 취임 후 첫 다자외교에 나섰다.

방콕=양영경,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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