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주거난·공공서비스 축소 공통

伊 밀라노 5000명 시위 상점 약탈·방화

벨기에 150명 체포…포르투갈 텐트시위

17일(현지시간) 유럽 각국에서 고물가와 저임금, 공공서비스 부실 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왼쪽부터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앞에서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발생한 가운데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AP]
17일(현지시간) 유럽 각국에서 고물가와 저임금, 공공서비스 부실 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왼쪽부터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앞에서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발생한 가운데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AP]

프랑스에서 시작된 고물가·생활고 대규모 시위는 벨기에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유럽 각국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프랑스를 비롯해 이탈리아·벨기에·포르투갈 등에서도 고물가와 주거난, 공공서비스 악화 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주말 사이 잇따랐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져 당국이 수습에 나섰다.

이탈리아 밀라노와 토리노, 볼로냐 등 주요 도시에서는 고물가와 저임금, 부실한 공공 서비스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노 멜로니 데이’를 내걸고 교육 재정은 줄이면서 군비는 늘린 조르자 멜로니 총리 정부의 정책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왔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했다. 수도 로마에서는 임금과 생활비 문제에 항의하는 노동조합의 시위가 별도로 열렸다.

이탈리아 남부에서는 트럭 운전사와 농민들이 높은 연료비와 각종 비용 부담에 항의했다. 충돌은 약 5000명이 모인 밀라노에서 가장 강렬했다. 주로 젊은 층으로 이뤄진 복면 시위대가 두오모 광장 인근에서 경찰을 향해 보도블록 돌과 폭죽을 던지고 상점을 약탈했다. 소요는 저녁까지 더욱 격화됐다.

인근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카를로 바레시(65)는 “지금까지 수많은 시위를 목격했고, 그중에는 폭력적인 시위도 있었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17일 “시위는 권리이지만, 도시를 불태우는 것은 권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벌어진 학생 시위에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이 발사한 최루탄에 맞대응하고 있다. [로이터]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벌어진 학생 시위에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이 발사한 최루탄에 맞대응하고 있다. [로이터]

벨기에에서도 17일 시위가 벌어졌다. 이달 초 수도 브뤼셀과 동부 도시 리에주를 중심으로 고교생 시위가 시작됐고, 이날은 고물가와 교육비 상승에 항의하는 수백 명 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벨기에 일간 르수아르에 따르면 이번 시위에서는 약 150명이 체포됐다.

벨기에 노동조합은 정부가 검토 중인 정책들에 반대하며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5개 정당으로 구성된 연립정부는 이달 중 예산안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포르투갈 리스본 도심에서는 주거난과 임대료 급등, 저임금에 항의하는 군중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
포르투갈 리스본 도심에서는 주거난과 임대료 급등, 저임금에 항의하는 군중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

포르투갈에서는 17일(현지시간) 고물가 및 주거비 부담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려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왔다. 수도 리스본의 호시우 광장과 제2의 도시 포르투의 동주앙 1세 광장에는 수백 개의 텐트가 들어섰고,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시위를 무기한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아번 시위는 앞서 주중 포르투에서 주거 문제에 항의하며 설치된 천막을 경찰이 강제 철거한 사건 이후 벌어졌다. 주최측은 당시 경찰 작전으로 약 40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포르투갈에서의 시위는 감당하기 어려운 임대료와 낮은 임금, 식료품 및 연료 가격 상승 등에 항의하는 전국적 운동으로 확산했다. 알바루 산투스 페레이라 포르투갈 중앙은행 총재도 지난 7일 시위대 요구의 일부에 공감하며 “포르투갈이 주택 위기에 충분한 긴박감을 갖고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목희 기자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