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호르몬 생성 DHT, 탈모 핵심물질
히포크라테스 연고, 카이사르 월계관도
동의보감 ‘검은콩·깨’ 과학적 근거 약해
현대의학 도전중, 부작용·비용 등 한계
탈모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유전이다. 부모에게 탈모가 있다면 자녀 역시 탈모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여기에 남성호르몬과 노화,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 환원효소’와 만나 생성되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은 탈모를 일으키는 핵심 물질이다. DHT에 민감한 모낭은 점차 위축되고 머리카락이 가늘어진다. 흔히 볼 수 있는 M자형 탈모와 정수리 탈모가 발생하는 이유다.
노화도 탈모를 부추긴다. 나이가 들면서 모낭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고 모발 성장 기간이 짧아지면서 머리카락이 점차 가늘어지고 빠지는 양이 늘어난다.
이해신 KAIST 화학과 석좌교수는 “머리카락은 성장기와 퇴행기, 휴지기를 반복하는 주기를 갖고 있다”며 “나이가 들면서 모낭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고 모발이 가늘어지면서 점차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스트레스와 음주, 불규칙한 수면, 출산, 과도한 다이어트 등 후천적 요인도 탈모를 유발한다”며 “유전성 탈모는 완치가 어렵지만 생활습관이나 건강 상태 등 환경적 요인으로 발생한 탈모는 원인을 개선하면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탈모를 극복하려는 인류의 노력은 수천 년 전부터 이어졌다. 기원전 1550년경 작성된 고대 이집트 의학서 ‘에베르스 파피루스’에는 하마와 악어, 고양이 등의 지방을 섞어 머리에 바르는 탈모 치료법이 등장한다.
고대 그리스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도 탈모 치료에 관심이 많았다. 아편과 식물, 비둘기 배설물 등을 섞어 만든 연고를 머리에 발랐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로마의 정치가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탈모를 감추기 위해 월계관을 즐겨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파즙 등 기상천외한 발모제를 사용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조선시대 의학서 ‘동의보감’에는 머리카락과 관련된 다양한 약재와 처방이 기록돼 있다. 검은콩과 검은깨, 하수오 등은 오늘날에도 모발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탈모 치료 효과를 입증할 과학적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수천 년간 갖가지 치료법이 등장했지만 탈모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했다. 결국 사람들은 가발로 눈을 돌렸다. 특히 프랑스 루이 13세와 루이 14세 시대에는 가발이 유럽 귀족사회에서 크게 유행하며 권력과 신분을 상징하는 장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현대의학이 발전하면서 탈모 치료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대표적인 치료제는 미녹시딜과 피나스테리드다.
미녹시딜은 원래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됐다. 약물을 복용한 환자에게서 털이 자라는 현상이 발견되면서 탈모 치료제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피나스테리드는 남성호르몬이 탈모를 유발하는 DHT로 전환되는 과정을 억제해 탈모 진행을 늦춘다.
하지만 두 약물 모두 한계가 있다. 미녹시딜은 두피 자극을 유발할 수 있고, 피나스테리드는 일부 남성에게 성기능 관련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치료 효과를 유지하려면 장기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부담이다.
약물치료로 만족할 만한 효과를 얻지 못하면 모발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뒷머리 등에서 채취할 수 있는 모낭의 수가 제한적이고 시술 비용도 적지 않다. 이식 후에도 기존 모발의 탈모가 계속될 수 있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구본혁 기자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