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극복 나선 韓과학자들
MLPH, 모낭을 성장기로 전환·발모 촉진
옥수수 속 메이신, 탈모 완화 화장품으로
생체친화 접착제로 머리카락 피부 고정도
“모발 다시 자라게 하는 것은 여전히 난제”
“머리카락이 빠질까 봐 머리 감는 것조차 두렵다. 좋다는 약도 먹고 샴푸도 바꿔봤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중장년층의 고민으로만 여겨졌던 탈모가 최근에는 20~30대 젊은층에서도 적지 않게 나타나면서 치료와 예방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현재 전 세계 탈모 인구는 약 10억명에 달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탈모 환자도 1000만명으로 추산된다. 국민 5명 가운데 1명 꼴이다.
탈모는 단순히 머리카락이 빠지는 문제가 아니다. 외모에 대한 자신감 저하를 넘어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탈모 치료를 위해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쏟아붓지만 만족할 만한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가장 보편적인 탈모 치료법은 약물이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탈모 치료제는 ‘미녹시딜’과 ‘피나스테리드’뿐이다. 하지만 두 약물 모두 일정 효과를 보이지만 장기적 사용이 필요하다.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은 피부 자극을 유발할 수 있고, 먹는 약인 피나스테리드는 남성 호르몬을 조절하는 방식 탓에 남성에게는 성기능 장애를 유발할 수 있고, 가임기 여성에게는 사용이 제한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과학자들이 탈모 치료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머리카락을 다시 자라게 하는 신물질부터 천연물 기반 탈모 완화 기술, 모낭 없이 머리카락을 피부에 고정하는 기술까지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멈춰버린 모발 성장 다시 깨운다=사람의 머리에는 평균 약 10만개의 모발이 있다. 하루 50~100개 정도가 자연스럽게 빠지고 새로운 모발이 자란다. 하지만 모발 성장 주기에 이상이 생기면 머리카락이 점차 가늘어지고 밀도가 줄어들면서 탈모가 진행된다. 모발은 성장기와 퇴행기, 휴지기를 반복한다. 특히 휴지기에 들어간 모낭이 다시 성장기로 전환되지 못하면 새로운 머리카락이 자라기 어려워진다.
문제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모발 성장 주기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모발 성장을 촉진하는 새로운 펩타이드 물질 ‘MLPH’를 개발했다. 핵심은 성장이 멈춘 모낭을 다시 깨우는 것이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MLPH가 휴지기 모낭을 성장기로 전환시켜 새로운 털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기존 탈모 치료 성분인 미녹시딜과 비교해 유사한 수준의 발모 효과를 나타냈다.
연구 과정에서 우려했던 조혈 관련 부작용도 관찰되지 않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MLPH는 기존 약물과 다른 방식으로 모발 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다만 아직 동물실험 단계인 만큼 실제 사람에게도 같은 효과가 나타날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옥수수 속 숨겨진 성분으로 탈모 완화=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소기업 바이오메이신은 옥수수 유래 천연 소재인 ‘메이신(Maysin)’을 활용한 탈모 증상 완화 기능성 화장품을 개발했다.
메이신은 옥수수수염과 잔디의 일종인 센티페드그라스에 극미량 존재하는 천연 플라보노이드 성분이다. 항산화·항염증 효과가 우수하지만 화학적 합성이 어려워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센티페드그라스에서 메이신을 분리·정제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메이신 함량을 높이는 천연 바이오 기술과 추출 공정기술까지 확보했다.
메이신의 강점은 모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유두세포를 활성화하고 두피와 모낭의 건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인체적용시험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24주간 제품을 사용한 시험에서는 탈모 증상과 정수리 풍성함, 앞머리선 개선 등에 대해 시험 참여자 전원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험 기간 가려움이나 따끔거림 등 두피 이상 반응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모낭 없이 머리카락 심는다=머리카락이 다시 자라지 않는다면 아예 새로운 머리카락을 피부에 붙이면 어떨까.
이해신 KAIST 화학과 석좌교수 연구팀은 모낭 없이 머리카락 자체를 피부에 장기간 고정하는 ‘모발 접착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기존 모발이식은 뒷머리 등에서 모낭을 채취해 탈모 부위에 하나씩 옮겨 심는 방식이다. 한 차례 수술에 수천개의 모낭을 이식해야 하는 만큼 시술시간이 길고, 이식할 수 있는 모낭의 수에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연구팀의 접근은 완전히 다르다. 모발이 자라는 데 필요한 모낭을 옮기는 대신 생체친화적인 접착제를 이용해 머리카락 자체를 피부에 고정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사람 모발 15가닥 끝에 특수 접착제를 바른 뒤 생쥐 피부에 이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모발 3가닥만 잡아당겨도 생쥐의 몸 전체가 끌려 올라올 정도로 강한 접착력을 확인했다. 사람과 지방조직이 유사한 돼지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이식한 모발이 한 달 동안 유지되는 결과도 얻었다.
모낭 채취 없이 머리카락을 고정할 수 있다면 기존 모발이식의 한계를 보완할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모발이 실제로 자라는 것은 아니며, 사람 피부에서의 접착력과 안전성, 장기간 유지 여부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
이 교수 연구팀은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줄이는 기술도 개발했다. 핵심은 포도주에 떫은맛을 내는 천연 폴리페놀 성분인 ‘탄닌산’이다. 탄닌산이 모발 표면에 달라붙는 성질을 이용해 탈모 완화 성분을 저장하고, 수분과 접촉하면 이를 서서히 방출하도록 설계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을 적용한 샴푸를 탈모 증상이 있는 12명에게 7일간 사용한 결과 평균 56.2%의 모발 탈락 감소 효과가 관찰됐다. 최대 90.2% 감소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해신 교수는 “모발을 다시 자라게 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라면서도 “관련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혁 기자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