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왜 연구를 하는가. 연구성과가 새로운 지식에 머물지 않고 기술이 되어 산업과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도 대학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렇다면 대학의 기술이 실제 산업으로 얼마나 흘러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기술이전’이다.

그런데 우리 대학의 성적표를 보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2023년 국내 대학 기술이전은 약 6000건, 기술료 수입은 약 1000억원, 연구개발투자 회수율은 1.31%였다. 산정방식이 달라 단순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하지만, 미국 AUTM 조사기관들의 같은 해 연구비는 1040억달러, 라이선싱 수입은 36억달러로 약 3.5%였다. 대학·연구기관 기술을 기반으로 714개의 신제품도 시장에 나왔다.

왜 대학 기술은 산업으로 충분히 흘러가지 못할까.

기술이전을 단순하게 보면 한쪽에는 기술과 특허를 만드는 ‘공급자’인 대학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그 가치를 인정하고 돈을 지불하는 ‘수요자’인 기업이 있다. 기술이전은 결국 기술을 놓고 이루어지는 거래다. 그렇다면 문제는 공급일까, 수요일까.

공급이 부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3년 국내 대학의 국내 특허출원은 2만2612건에 달했다. 일본 대학의 연간 특허출원이 7000건 안팎인 점과 비교하면 상당하다. 우리나라는 2023년 GDP 대비 내국인 특허출원에서도 세계 1위였다. ‘특허를 만드는 능력’은 충분하다.

수요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조선, 철강, ICT 등 기술집약적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기업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과 특허에 투자한다. 2023년 국내 기업 전체 특허출원은 24만 건을 넘어섰다. 기업들이 기술과 지식재산에 관심이 없는 나라라고 하기는 어렵다.

기술을 만드는 대학도, 필요로 하는 기업도 있다. 그런데 왜 거래는 활발하지 않은가. 먼저 대학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학에서는 특허를 연구의 ‘결과물’로 생각하기 쉽다. 논문을 쓰고 특허까지 출원하면 연구성과가 완성됐다고 여긴다. 그러나 시장은 다르다. 우수한 기술이라도 기업이 필요로 하지 않으면 거래되지 않는다. 좋은 논문이 반드시 좋은 사업화 기술은 아니며, 좋은 특허가 반드시 기업이 사고 싶은 특허도 아니다.

따라서 조금 불편한 질문도 필요하다. 팔리지 않는 특허를 계속 만들고 보유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가. 특허는 등록·유지에 계속 비용이 든다. 이제 대학도 ‘특허를 몇 건 만들었는가’에서 ‘기업이 사고 싶은 특허를 얼마나 만들었는가’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연구 초기부터 기업의 수요와 시장, 양산 가능성을 함께 바라봐야 한다.

기업도 돌아봐야 한다. 대학 기술은 추가 개발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가치를 낮게 평가받기도 한다. 사업화 위험을 기업이 부담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가 지나치면 대학 기술은 ‘가능하면 싸게 가져와야 하는 기술’이 된다. 공동연구에서도 연구비를 부담했다는 이유로 성과에 지나치게 광범위한 독점권을 요구하면 대학의 후속 연구와 다른 기업과의 협력이 제한될 수 있다. 대학의 공동연구 유인이 줄고, 기업의 실제 수요를 이해할 기회도 사라진다. 결국 기업이 원하는 특허가 줄고 기술이전도 줄어드는 악순환이다.

기술이전에도 생태계가 필요하다. 대학은 기업이 사고 싶은 기술을 만들고, 기업은 가치 있는 기술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연구 초기부터 공동연구와 인력교류로 서로의 필요를 이해해야 한다. 기업이 대학 기술을 도입하고, 그 기술이 제품과 경쟁력으로 이어지며, 기술료가 다시 대학의 다음 연구로 돌아가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좋은 기술을 만들고, 좋은 기술을 제값에 사고, 그 가치가 다시 새로운 연구로 이어지는 것. 대학 기술이전 활성화의 해답은 특허 숫자를 늘리는 데만 있지 않다. 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 거래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있다.

김영식 UNIST 벤처파운드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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