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와 피지컬 인공지능(AI), AI 데이터센터를 3대 메가프로젝트로 내세우며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전력망 구축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이 한국전력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7∼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주요 송변전사업 104건 가운데 목표 시점 안에 준공된 사업은 19건에 그쳤다. 사업별 지연 기간을 합산하면 무려 121년 2개월이다. 공장 건설을 아무리 서둘러도 전기가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돌리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실제 사례를 보면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는 당초 2017년 6월 준공 예정이었지만 2024년 12월에야 완공됐다. 신송산 변전소도 목표보다 7년 늦은 지난해 12월에 완공됐다. 2019년 4월 완공을 목표로 했던 동두천복합화력발전소(C/C)∼양주 송전선로는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한전이 최근 20년간 추진한 송변전설비 가운데 현재 지연 중인 사업도 송전탑 136건, 변전설비 147건 등 모두 283건에 이른다. 345kV(킬로볼트) 이상 송전설비를 건설하는 데는 평균 10년 안팎이 걸렸다. 주민 민원(40건)과 선행공정·연관사업(31건), 인허가 문제(28건)가 주요 지연 원인이었다. 이런 식이면 광주 반도체 공장 건립 등 메가 프로젝트도 하세월이 될 수 있다.
AI시대에 전력망은 국가 안보 핵심 인프라로서 중요성이 더 커졌다. 재생에너지를 만들어내도 송전망이 없으면 발전량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고,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면 막대한 투자를 들인 첨단산업 시설도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어렵다. 발전설비는 4~5년이면 지을 수 있지만 송전선로와 변전소 건설에는 10년 이상이 걸려 시간차가 생기는 게 문제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이 전력망을 에너지 안보와 경제 경쟁력의 핵심 과제로 보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국가가 직접 개입하는 등 국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하는 이유다.
정부도 전력망 건설에 따른 주민 갈등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과제다. 입지 선정 초기부터 주민과 긴밀하게 소통해 갈등을 줄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통한 소득 지원 방안도 구체화해야 한다. 다만 합리적인 대안에도 사업이 장기간 지연된다면 국가가 나서 보다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새 송전선로를 짓는 데만 기댈 게 아니라 기술 개발을 통한 모색도 소홀히해선 안된다. 정부가 기존 선로의 전력 수송 능력을 높이기로 한 것도 그런 연장선상일 것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 지능형 전력 제어 기술 활용 등 현재 가능한 기술 적용은 물론 보다 혁신적인 기술 개발도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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