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연구소서 ‘2026 아이디어 페스티벌’ 개최
카시트부터 멀미 저감 기술까지…6개 팀 아이디어 경쟁
연구원들이 4개월간 직접 시제품 제작·시연
과거 수상작 싼타페·투싼 적용…양산으로 이어진 상상력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아이의 몸에 맞춰 형태가 달라지는 카시트, 자동차를 타면 찾아오는 멀미를 줄여주는 조명,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돕는 스마트 안경까지. 언뜻 자동차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들이 현대자동차·기아 연구원들의 손에서 현실로 구현됐다. 출발점은 거창한 기술 개발이 아닌 일상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불편함이었다.
19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26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는 이처럼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현대차·기아 연구원들이 직접 기획부터 설계, 제작까지 맡은 시제품 6개가 이날 본선 무대에 올랐다.
가장 눈길을 끈 아이디어 중 하나는 아이의 체형에 맞춰 형태를 바꾸는 ‘핀 프린트 시트’다. 성장 속도가 빠른 아이들에게 카시트는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체형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일은 부모들의 고민거리다. 핀 프린트 시트는 이런 불편함에 주목해 아이의 몸에 맞춰 시트 형태가 달라지도록 고안됐다.
차량 탑승객들의 고질적인 고민인 멀미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도 등장했다. 이름부터 직관적인 ‘멀미 제로’다. 차량 내부의 엠비언트 라이트와 뒷좌석 화면 등을 활용해 탑승객이 느끼는 멀미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자동차의 승차감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탑승자가 느끼는 불편함을 다양한 기술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이다.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을 위한 기술도 선보였다. ‘늘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영유아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기술이다. 어린 자녀의 상태를 수시로 살펴야 하는 보호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아이디어다.
자동차 밖으로 시선을 돌린 작품도 있었다. ‘아이-브릿지’는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지원하는 스마트 안경이다. 이동의 자유를 자동차 운전자뿐 아니라 보행자까지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차량의 공간 활용성과 운전자의 일상에 주목한 아이디어도 나왔다. ‘트라이폴드 러기지 보드’는 트렁크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히어로 레코더’는 상용차 운전자의 하루를 1분 분량의 영상으로 기록하는 기술이다. 운송 현장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운전자들의 일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담아내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공개된 작품들은 단순한 아이디어 제안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4월부터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혁신 아이디어를 공모했으며, 사전 심사를 거쳐 6개 팀을 본선 진출팀으로 선정했다.
각 팀에는 제작비와 별도 제작 공간 등이 지원됐다. 연구원들은 약 4개월 동안 머릿속에 있던 구상을 실제 작동하는 시제품으로 구현하는 데 매달렸다. 평소 자동차 연구개발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이 기존 업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한 셈이다.
본선에서는 각 팀이 직접 개발한 작품을 발표하고 시연하는 방식으로 경연이 진행됐다. 평가에는 연구개발 부문 전문 심사위원 5명과 임직원 100명이 참여했다. 심사위원들은 독창성뿐 아니라 기술 적합성, 실제 구현 가능성, 고객 지향성, 미래 발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폈다. 수상팀에는 포상금과 해외 박람회 및 생산거점 탐방 기회가 제공된다.
올해로 17회를 맞은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현대차·기아가 2010년부터 이어온 사내 연구개발 경연대회다. 특히 올해는 남양연구소 준공 30주년을 맞아 ‘혁신의 기원’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 같은 아이디어들이 단순한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실제 양산 차량에 적용된 사례도 적지 않다.
2021년 최우수상을 받은 ‘다기능 콘솔’은 싼타페에 적용된 ‘양방향 멀티 콘솔’로 발전했다. 앞좌석뿐 아니라 뒷좌석에서도 수납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지난해 최우수상에 오른 ‘트레일러 견인 성능 향상 소프트웨어’ 역시 북미와 유럽 등에서 판매되는 5세대 투싼에 적용됐다.
2023년 대상을 받은 ‘데이지’는 시각장애인의 버스 탑승을 돕는 기술이다. LG유플러스와의 협업을 통해 실증 시험이 진행되는 등 자동차 제조사의 연구개발 성과가 사회적 약자의 이동 편의를 개선하는 기술로 확장된 사례다.
올해는 소프트웨어 분야의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도 더해졌다. 현대차·기아는 차량 소프트웨어 플랫폼 ‘플레오스’의 앱 개발을 주제로 사내 해커톤 ‘24H 코드 레이스’를 처음 개최했다.
지난 8월 무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된 해커톤에서는 어린이의 반응에 따라 동화 내용이 달라지는 오디오 앱 ‘테일싱크’가 대상을 받았다. 현대차·기아는 이를 포함해 경연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의 실제 차량 탑재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재규 현대차·기아 차량개발1담당 전무는 “16년을 이어온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현대차·기아가 모빌리티의 혁신을 거듭할 수 있었던 출발점이었다”며 “앞으로도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연구개발 문화에 혁신을 더해가겠다”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