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신문 전후 지휘·감독 강화
조서 검토·인권 보호 절차도 확인
경찰청, 경사 권한 확대 필요성 제기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경찰청이 경사 계급 이하 경찰관의 피의자신문 절차를 강화한 새 지침을 전국 일선 경찰서에 배포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경위 이상 경찰관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피의자 인권 보호를 위한 조치지만, 일선에서는 경위급 수사관이 많지 않아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이달 개정 형사소송법과 수사준칙 시행에 맞춰 피의자신문 절차 등 수사실무지침이 전국 경찰관서에 배포됐다. 현재는 새 기준에 따라 피의자신문이 이뤄지고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경위 이상은 수사의 주체인 ‘사법경찰관’에 속하고, 경사·경장·순경은 수사를 보조하는 ‘사법경찰리’에 해당한다. 이달 2일부터 개정 형사소송법과 수사준칙이 시행되면서 경찰도 이에 맞춰 일선 수사 절차를 정비했다.
새 지침에 따라 경사 이하가 피의자를 신문할 경우 경위 이상 사법경찰관이 신문 전 절차의 적정성을 점검해야 한다. 지휘·감독자는 신문이 끝나기 전 조서 전문을 직접 검토하고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 고지, 조서 열람·변경 청구 등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조서에는 지휘·감독한 사법경찰관의 이름을 명시하고 서명하도록 했다. 사법경찰리끼리 조사자와 참여자가 돼 피의자를 신문하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 팀장은 “개정된 수사 준칙에 따라 사법경찰리도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할 수 있지만 사법경찰관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아야 한다”며 “이에 맞춰 피의자신문조서 양식을 바꾸고 실무지침도 일선에 모두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선택 여지없다” 외부 조사엔 경위 이상 동행
일선에서는 당장 달라진 절차에 맞춰 수사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서울의 한 경찰서 수사과장은 “힘들어도 사법경찰관이 입회하고 팀장이 지휘하는 등 내려온 지침을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며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조서의 증거능력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부담으로 꼽히는 것은 경찰서 밖에서 이뤄지는 피의자신문이다. 경찰서 내부에서는 다른 팀의 경위에게 참여를 요청할 수 있지만 교도소 출장 등 외부 조사에는 경위 이상 경찰관이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해당 수사과장은 “사무실 안에서는 어떻게든 인력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외부에 나가 조사할 때는 경위 이상이 참여해야 하므로 외부 출장이 조금 걱정된다”고 했다.
일부 수사팀은 지휘·감독을 맡을 사법경찰관 자체가 많지 않아 인력 운용 부담이 더 크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전체 수사관 3만6823명 가운데 경위 이상 사법경찰관은 약 54%, 경사 이하 사법경찰리는 약 46%다. 강원지역의 한 경찰관은 “대부분 수사팀에 사법경찰관은 팀장 한 명만 있고 한두 팀 정도만 부팀장까지 있는 실정”이라며 “팀장이 없으면 다른 팀장이나 수사지원팀장의 지휘를 받으라고 하는데 수사를 오래 하지 않은 경우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수사인력의 부족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올해 4000명 이상 수사인력을 확충했다”며 전문교육과 경력채용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위 이상이 경찰 조직에서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수사 부서에 충분하게 배치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현재 계급별 인력 구성과 수사 부서에 배치된 인력, 법체계 사이에 틈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사도 사법경찰관’ 대안에 “업무 분산” vs “책임만 늘어”
이 때문에 사법경찰관 범위를 현행 경위 이상에서 경사까지 넓히는 방안도 거론된다. 경찰청은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상웅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관의 범위를 7급 상당인 경사까지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사까지 사법경찰관으로 인정할 경우 현재 경위 이상에게 집중되는 지휘·감독 업무를 분산할 수 있다. 한 수사관은 “업무적으로는 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계급이나 임금 등 처우 변화 없이 책임만 커지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감지된다. 서울 모 경찰서 경위 A씨는 “처음에는 경위 승진 자리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있었는데 경사까지 사법경찰관 업무를 하라는 방향으로 받아들이는 직원들도 있다”며 “내부에서는 승진 없이 책임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일선에서 수사 업무를 맡고 있는 경위 B씨도 “기존 경위들은 시험을 준비해 승진하면서 사법경찰관 권한을 얻었는데, 경사에게 곧바로 같은 권한이 주어지면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jookapook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