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 세척 작업 중 정전기·마찰열 가능성…방폭 설비 없어

시너통 수십개·페인트통 수백개 발견…위험물 무허가 취급 여부 조사

16일 경기 부천의 한 금속부품 도장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을 하고 있다. [연합]
16일 경기 부천의 한 금속부품 도장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소방대원 등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부천시 금속사출 인쇄공장 화재는 시너(신나)를 이용한 금속 세척 작업 중 발생한 유증기에 스파크가 튀면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남부경찰청과 소방 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4개 유관기관(20여명)은 17일 오전 9시 30분께부터 부천시 오정구 내동 공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벌였다.

감식반은 불이 처음 시작된 공장 3층 시너 세척 작업장 주변 등 최초 발화 지점을 정밀 감식하고, 초기 진화에 나섰던 소방대원 2명이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고립될 만큼 불길과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확산한 경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경찰 조사 결과 화재 당시 현장에서 시너를 사용한 금속 세척 작업이 진행 중이었던 점이 확인됐다.

감식반은 시너 내 톨루엔 성분이 기화하면서 발생한 유증기에 정전기나 미세전기, 마찰열로 인한 스파크가 튀면서 불이 붙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시 세척 작업장 내부는 유증기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었음에도 방폭 장비나 관련 안전시설은 갖춰져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발화 지점에서 1∼2m가량 떨어진 가까운 곳에 시너가 담긴 깡통 수십 개가 발견됐으며, 일부는 개봉된 상태였다.

이와 별도로 페인트통 수백 개가 현장에 쌓여 있어 급격한 연소 확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감식반은 현장 세척통에 남아 있던 세척 용액을 회수해 국과수에 정밀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김효성 경기남부청 과학수사대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금속을 세척한 뒤 옮겨 싣는 과정에서 유증기에 정전기나 마찰열로 인한 스파크가 튀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감식했다”며 “유증기가 발생할 수 있는 현장임에도 방폭 장비나 시설은 없어 보였으며, 회수한 용액 감정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화재 현장에서 제4류 위험물인 제2석유류 등 인화성 물질이 담긴 용기가 다량 발견됨에 따라 해당 물질의 정확한 성분과 용량을 파악하고 무허가 위험물 취급 등 보관·관리 과정에 위법 사항이 있었는지도 확인할 예정이다.

이 공장은 위험물 취급 관련 허가를 받은 이력이 없고, 건축 면적(362㎡)이 설치 기준에 미치지 않아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전날 오전 8시 38분께 지상 5층짜리 건물 3층에 있는 이 공장에서 불이 나 2시간 28분 만인 오전 11시 6분께 완전히 꺼졌다.

이 불로 선착대로 투입돼 진화 작업을 벌이던 40대 소방대원 2명이 고립돼 1명이 심정지 상태로 이송됐다가 치료 중 숨졌고 다른 1명도 중상을 입었으며, 다른 소방대원 4명과 공장 관계자 2명도 열탈진과 연기흡입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