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경유 공급 확대 탄력

“면세가 국익” 중간선거 고려한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마가(MAGA inc) 슈퍼팩 만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마가(MAGA inc) 슈퍼팩 만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국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대(對)러시아 제재 조항 상당수에 대해 적용을 면제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러시아산 경유 공급을 늘려 자국 내 유류 가격을 낮추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달 자신이 서명했던 ‘린지 O. 그레이엄 러시아·이란 제재법’에 규정된 제재와 제한 조치, 관세에 대한 면제 권한을 행사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그런 면제 조치를 내리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레이엄 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고(故) 린지 그레이엄(1955-2026) 연방상원의원이 주도해 입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에 이 법률안에 서명했다. 서명일로부터 30일 후부터 조항이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이번 발표로 상당수가 시행되지 않게 됐다.

그레이엄 법의 골자는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의 상위 5개 수입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상품에 최고 100%의 관세를 부과하는 제재다.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수익을 겨냥하면서 구매국에도 무역상 불이익을 주도록 설계된 것이다.

법 제정 30일 후부터 러시아산인 줄 알면서 원유나 가스를 구매하는 국가,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돕는 상위 5개국도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러시아산 원유의 주요 구매국은 중국, 인도, 튀르키예 등이다.

이 법에는 러시아 기관 다수에 대한 제재와 미국으로 수입되는 에너지 제품 등 일부 러시아산 상품에 대한 500% 관세 부과 등 조항도 포함돼 있었다.

이번 시행 유보 결정의 배경으로는 미국의 높은 경유 가격과 중간선거 일정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협력해 러시아산 경유를 미국과 국제시장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레이엄 법이 시행되면 이런 구상이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에 한층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공개 비판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새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


s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