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된 당선자 취임 거부·지연 시도 반대” 서한 서명 요청
트럼프發 부정선거에 “하원이 절차 악용해 취임 막을 수도” 우려 확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 민주당과 반(反)트럼프 성향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 “공화당이 장악한 현 하원이 내년 1월 민주당 당선자들의 취임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돈 베이컨 네브래스카주 하원의원과 민주당 소속 조시 고트하이머 뉴저지주 하원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중간선거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서면 서약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두 의원이 마련한 공개 서한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훼손하거나 유권자의 뜻을 뒤집으려는 시도에 반대하며, 적법하게 발급된 당선 인증서를 제출한 당선인의 취임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명한 의원들은 또 각 주 법률에 따라 주 정부가 인증한 선거 승자를 인정하고, 연방법에 따라 2027년 1월 제120대 의회가 시작되는 첫날 각 주가 인증한 당선자가 하원 사무처 명부에 등재될 권리를 지지하겠다고 약속하게 된다.
이번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부 주의 투표 제도가 부정선거에 취약하다는 주장을 수개월간 이어온 가운데 나왔다. 서약의 목표는 현재 하원이 의회 절차상의 수단을 악용해 후임 의원들의 취임을 막을 가능성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미 헌법 제1조 5절은 상·하원에 각각 소속 의원의 선거와 선거 결과, 자격을 판단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를 구체화한 연방법인 ‘연방 선거분쟁법(Federal Contested Election Act)’에 따르면 하원의원 선거에서 패배한 후보는 주 당국이 선거 결과를 공식 발표한 뒤 30일 이내에 하원 사무처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후 하원 행정위원회가 증언과 투표 자료 등 관련 증거를 검토해 어느 후보가 의석을 차지해야 하는지 하원 전체에 보고하고, 최종적으로 하원 본회의 표결을 통해 의석의 주인이 가려진다.
고트하이머 의원은 “나는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 당시 하원 본회의장에 있었고, 문이 바리케이드로 막힌 채 의원들이 대피해야 했다”며 “최근 우리가 겪은 일들을 감안하면 이런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이컨 의원도 수년 전 아이오와주에서 공화당 후보가 6표 차로 승리했다는 주 정부의 인증이 나온 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했을 당시에도 이 문제가 현실화할 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규범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과거에도 봤다”며 “그렇기 때문에 주 정부의 인증을 따르고, 인증된 당선자를 취임시키며, 의회 제도에 대한 신뢰를 지킨다는 점을 초당적으로 명확히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선거에 대한 연방정부의 통제력을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여왔으며, 선거 운영의 1차 권한을 가진 주 정부들과 거듭 충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초에는 유력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스콧 예너 선임연구원이 공화당 의회 지도부가 주 정부의 선거 결과를 즉각 받아들일 의무는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의회는 유권자 신분증 확인법이 없거나 외국인의 투표를 사실상 묵인하는 주에 대표권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또 유권자 명부가 적절히 정비되지 않은 경우 재선거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측도 대비에 나서고 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11월 3일 선거 결과가 1월 3일 새 의회 출범과 함께 실제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공화당이 절차적 수단으로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등극을 막을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도 있다. 노터데임대 법학전문대학원의 데릭 뮬러 교수는 특히 선거 결과가 접전이 아닐 경우 그런 시나리오는 더욱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그는 “이는 극단적이고 거의 터무니없다고 할 정도의 가정적 시나리오이며, 하원에서는 정상적인 절차가 거의 확실히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원이 주 정부가 인증한 당선자의 취임을 거부한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19세기와 20세기 초에는 남부 민주당 의원들과 유타주의 모르몬교도들을 둘러싸고 당선자 취임 문제를 놓고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1960년대 후반에는 각종 스캔들에 휘말렸던 뉴욕주 민주당 하원의원 애덤 클레이턴 파월 주니어의 의원직을 둘러싼 하원 내 분쟁이 연방대법원으로 이어졌다. 연방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선거에 이긴 당선자의 의회 입성을 막을 수 있는 경우에 일정한 제한을 뒀다.
mokiy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