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경쟁력·현지 완제 공정 결합…안정적 공급 체계 확립
전국 단위 도매 유통망 협업…병·의원 영업 커버리지 제고
도쿄 사옥 확장…내년 11개 품목으로 장기적 성장 기반 구축
[헤럴드경제(교토)=최은지 기자] 단일 국가 기준 세계 3위 규모의 거대 시장이자 글로벌 제약사들 사이에서 진입 장벽이 높기로 유명한 일본 제약 시장에서 셀트리온이 2014년 법인 설립 이후 현지화 시스템을 안착시키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장기간 축적된 신뢰와 정교한 현지화 체계가 까다로운 일본 제약 생태계의 벽을 넘는 핵심 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일본 제약 시장은 독특한 약가 제도와 의료보장 체계로 인해 초기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침투가 매우 더디게 진행되던 곳이다. 환자의 월별 치료비 상한을 두고 초과분을 국가가 부담하는 ‘고액의료비 제도’와 염증성 장질환(IBD) 등 희귀 난치성 질환 치료비를 전액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로 인해, 약제 전환에 따른 경제적 체감도가 낮아 환자와 의료기관 모두 처방 변경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여기에 지역별 거점 대학병원과 학회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처방이 결정되는 보수적인 문화 역시 외국계 기업에는 높은 장벽으로 작용했다.
수익성 관리 역시 까다롭다. 일본은 매년 정기적인 약가 조사를 거쳐 가격을 인하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어, 시장 진입 초기 수반되는 가격 조정과 지속적인 약가 인하 압박을 견뎌내지 못할 경우 현지 법인 유지와 유통에 따르는 고정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로 최근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한 글로벌 제약사가 현지 운영 여건 등을 고려해 일본 내 일부 바이오시밀러 품목의 공급을 순차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현지 의료기관에 대체 품목 안내를 시작하는 등 시장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 같은 시장 환경 속에서도 주요 처방 영역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을 넘어서는 등 확고한 선두권 입지를 굳히며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 내 대표적 항암 항체 치료제 및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분야에서 시장 선도적 지위를 확보한 데 이어, 경쟁사들의 공급 중단에 따른 대체 처방 수요까지 흡수하며 확고한 주류 제약사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셀트리온이 선도적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비결은 철저한 ‘현지 생산 및 공급 체계 구축’이다. 일본 의료계와 규제 당국인 후생노동성(MHLW)은 의약품의 일시적 공급 차질(Shortage)이나 품질 관리에 대해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셀트리온은 완제 충진(Drug Product) 공정을 일본 현지 파트너 시설에서 수행하는 구조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해외에서 원료의약품을 들여와 바이알이나 프리필드시린지(FPS) 등 최종 완제품 형태로 현지 생산함으로써 수입 통관이나 국제 운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외 변수를 원천 차단했다. 이를 통해 물량 공급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현지 규제 당국과 대형 병원이 요구하는 최고 수준의 품질 기준을 입증해 두터운 신뢰를 확보했다.
전국 단위의 도매 유통망과의 긴밀한 파트너십 역시 안정적인 시장 안착을 견인했다. 셀트리온은 설립 초기부터 인내심을 갖고 광범위한 전국 도매 유통 인프라와의 협업을 다져왔으며, 이를 통해 자체 고정비와 물류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일본 전역의 병·의원 및 약국을 아우르는 높은 영업 커버리지와 유통 효율성을 확보했다. 사업 확장에 발맞춰 지난 8월에는 도쿄 주오구 교바시로 사옥을 확장 이전하며 현지 비즈니스 인프라를 대폭 강화했다.
초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도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의료 재정 건전화를 위해 2030년 3월까지 바이오의약품 성분의 60% 이상에서 바이오시밀러 점유율 80% 달성을 추진하고 있다.
입원 치료에 적용되는 포괄수가제(DPC) 인센티브에 이어 외래 피하주사 제형의 처방 확대를 이끄는 ‘성분명 처방 가산’ 및 ‘약국 조제 가산’ 제도가 정착되면서, 바이오시밀러 처방에 대한 의료기관과 약국의 동기부여가 한층 강화됐다.
포트폴리오의 다변화 역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핵심 동력이다. 셀트리온은 기존 램시마, 허쥬마, 베그젤마, 유플라이마에 이어 최근 스테키마, 앱토즈마, 아이덴젤트, 옴리클로 등을 추가하며 치료 영역을 대폭 넓혀왔다. 특히 인종 간 차이가 없음을 증빙할 경우 별도 임상을 면제해 주는 일본 규제 당국의 허가 절차 제도를 적극 활용해 제품 도입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호웅 셀트리온 JAL(일본·아시아태평양·중남미) 본부장(부사장)은 15일 ‘세계 알레르기 학회(WAC 2026)’참석을 계기로 일본 교토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상업화된 라인업에 발맞춰, 일본 시장에서도 내년까지 11개 품목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현재 글로벌 허가 및 임상 단계에 있는 후속 제품들까지 순차적으로 도입해 향후 취급 품목을 16개까지 단계적으로 넓혀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우수한 원가경쟁력과 효율적인 유통망 협업, 그리고 현지 생산 구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단일 품목 중심의 경쟁을 넘어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일본 시장에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고히 다져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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