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접기 원리 적용 3차원 태양광 시스템 구현
- 500% 변형, 1000회 반복에도 발전 성능 유지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종이처럼 접고 늘려도 전기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차세대 태양광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건물의 곡면 외벽이나 좁은 공간에도 태양전지를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어 도심 태양광 발전의 활용 범위를 크게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차세대태양전지연구센터 이필립 센터장 연구팀이 형태를 자유롭게 바꾸면서도 발전 성능을 유지하는 ‘3차원 태양광 메타구조체’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기존 태양광 시스템은 대부분 평판 형태로 제작돼 곡면이나 돌출부 등 복잡한 구조물에 설치하기 어려웠다. 유연한 태양전지도 크게 늘어나면 태양전지 배치 면적이 줄어들거나 전기 연결이 끊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종이를 자르고 접는 ‘키리가미(Kirigami)’와 ‘오리가미(Origami)’ 원리를 활용해 이 같은 한계를 극복했다. 구조를 잡아당기거나 접으면 미리 설계한 형태로 변형되고, 이 과정에서도 전기 연결이 유지되도록 구조와 전극을 동시에 설계한 것이 핵심이다.
특히 가느다란 은 나노선을 구조체 표면에 고정하고 유연한 인듐·갈륨 액체금속을 결합한 새로운 전극을 개발했다. 은 나노선이 전류가 흐르는 통로를 유지하고 액체금속이 연결망의 빈틈을 메우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태양광 구조체가 크게 늘어나거나 접히더라도 전기가 끊어지지 않도록 했다. 복잡한 배선 없이 태양전지 모듈을 탈부착할 수 있는 기술도 구현했다.
실험 결과, 개발된 태양광 시스템은 500%의 변형률에서도 발전 성능이 거의 변하지 않았으며, 1000회 반복 변형 후에도 성능을 유지했다.
태양전지를 촘촘하게 배치한 별도 구조에서는 평면 설치면적 대비 최대 225%에 해당하는 태양전지 면적을 확보했다. 약 100% 늘어난 상태에서도 설치면적에 해당하는 태양전지 면적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내구성도 확인했다. 전극을 약 2년간 실내에 보관한 뒤에도 성능 저하가 관찰되지 않았으며, 1만회 반복 접힘 시험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태양전지 모듈을 교체한 뒤 전기 연결을 다시 구성할 수 있어 유지보수에도 유리하다.
이번 기술의 가장 유력한 활용 분야는 건물 외피형 태양광 시스템이다. 건물마다 다른 외벽 크기와 형태에 맞춰 태양전지를 설치할 수 있어 기존 평판 태양전지로 활용하기 어려웠던 공간까지 발전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실제 태양전지 모듈과 조립형 구조를 결합하는 사업화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강풍과 비바람 등 외부환경에 견디는 내구성과 고정 기술, 화재안전성을 갖춘 소재 개발도 진행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보관할 때 작게 접었다가 필요할 때 넓게 펼치는 휴대형 발전 장치와 차량 등 이동체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발사 과정에서 접어둔 태양전지를 우주 공간에서 펼치는 우주 전개형 태양광 시스템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황석준 KIST 박사는 “앞서 개발한 모듈형 구조 기술을 실제 태양전지 모듈과 결합해 건축용 상용화를 추진하고, 향후 이동체와 전개형 시스템까지 적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필립 센터장은 “이번 연구는 구조의 움직임과 형태, 전기적 기능까지 함께 설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최신호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