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명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제공]
사공명 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제공]

산업정책은 산업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서 출발한다. 어느 분야가 성장하고 있는지, 어디에 기업과 일자리가 모여 있는지 알아야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산업통계는 산업의 현재를 읽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숫자”이다.

특히 다양한 기술 분야가 긴밀하게 연결된 철도산업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 철도산업은 차량과 부품뿐 아니라 궤도·토목, 전철·전력, 신호·통신, 유지보수, 엔지니어링, 디지털 서비스까지 여러 분야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복합 생태계다. 어느 한 분야의 성과만으로는 전체 산업의 규모와 경쟁력을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는 철도를 ‘산업’으로 보여주는 숫자가 부족하다. 현재 국내에서 활용되는 대표적인 철도통계는 차량 보유와 시설물 현황, 영업거리, 수송실적, 영업손익 등 철도 운영현황을 파악하는 데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철도가 어떻게 운행되고 얼마나 이용되는지는 알 수 있지만, 그 철도를 만들고 유지하는 기업이 몇 곳이며 얼마의 매출과 고용을 창출하고 어떤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 운영의 통계는 있으나 산업의 통계는 부족한 셈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철도산업이 기존 산업분류에서 하나의 산업으로 온전히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표준산업분류(KSIC)에서는 철도차량과 관련 부품 제조 등이 일부 구분되어 있지만, 철도산업을 구성하는 수많은 기업들은 제조업, 건설업, 정보통신업, 전문서비스업 등 여러 산업에 흩어져 있다. 실제로는 하나의 철도시스템을 함께 만드는 산업 생태계지만 통계에서는 하나의 산업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에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국내외 분류사례와 철도기술의 특성을 반영한 철도산업 고유의 분류체계를 마련하고, 기업을 조사단위로 기업 수·매출·고용·수출입·연구개발 투자와 보유기술 등을 지속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통계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기존 산업분류 곳곳에 흩어져 보이지 않던 철도 관련 기업과 경제활동을 ‘철도산업’이라는 하나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시도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만들어진 숫자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 분야별 시장 규모와 성장성, 고용·수출·R&D 등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펴보면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분야와 산업 기반이 취약한 분야를 구분하고, 연구개발·기업지원·인력양성·해외진출 등 정책의 우선순위를 보다 정교하게 설정할 수 있다. 또한 매년 축적되는 시계열 통계는 정부에는 정책을 설계하고 평가하는 근거가 되고, 기업에는 시장 변화와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하는 정보가 된다.

영국의 철도산업 인력조사는 이러한 활용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National Skills Academy for Rail(NSAR)은 철도기업의 인력자료와 관련 데이터를 종합해 산업 전반의 인력구조와 직무별 수급을 파악하고, 현재와 미래의 인력 부족을 진단해 전략적 인력계획과 숙련인력 확보에 활용하고 있다. 2025년 조사에서는 약 22만 2천 명의 철도 인력을 추산하고, 2030년까지 최대 7만 명이 퇴직 등으로 이탈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분석은 단순한 인원 집계에 머무르지 않고 향후 부족이 예상되는 직무와 숙련인력 수요를 파악하고, 인력양성과 채용 전략을 마련하는 근거로 활용된다. 산업통계가 산업의 문제를 발견하고 미래 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철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는 기술개발만큼이나 산업을 정확히 이해하는 ‘숫자’가 필요하다. 운영의 숫자에 산업의 숫자를 더할 때 비로소 철도산업의 전체 지형이 드러난다. 그 숫자는 우리 철도산업이 무엇을 준비하고 어디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하며, 미래 철도산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기준점이 될 것이다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