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코로나19가 세계 경제를 흔들던 때 EU 보험감독당국은 보험회사들을 대상으로 ‘위기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감염병과 저금리에 오래 버틸 수 있을지 살폈다. 검사 조건은 같았지만 드러난 약점은 달랐다. 이듬해 당국은 각국 감독당국에 회사별 취약점에 따른 후속 점검을 권고했다. 공통의 검사 결과를 각 회사에 필요한 처방으로 연결하려는 시도였다.
한국 보험산업도 진단의 변화를 감독의 변화로 이어가야 할 때다. 2023년 도입된 새 회계기준인 IFRS17과 건전성 제도인 K-ICS는 보험회사의 속사정을 더 자세히 보여준다. 앞으로 지급해야 할 보험금의 부담은 얼마나 되는지, 예상치 못한 손실을 견딜 여력은 충분한지 살피는 방식이 정교해졌다.
정밀검사는 새로 확인한 문제에 맞춰 처방도 달라져야 의미가 있다. 보험회사도 마찬가지다. 어떤 회사는 과거에 고객에게 약속한 높은 금리가 부담이고, 다른 회사는 투자한 돈을 필요할 때 꺼내 쓰기 어렵다. 손실을 견딜 자본이 부족한 곳도 있고, 위험을 예상하는 방식부터 점검해야 하는 곳도 있다. 건전성 수치가 같더라도 그 수치를 떠받치는 힘과 무너질 수 있는 지점은 다르다.
예를 들어 한 회사는 충분한 통계와 꼼꼼한 심사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정하고 판매를 늘린다. 다른 회사는 앞으로 지급할 보험금을 지나치게 적게 예상하거나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판매비용을 쓰면서 고객을 모은다. 겉으로는 같은 성장이지만 미래의 부담은 다르다. 감독 측면에서도 판매 증가율만 볼 것이 아니라 보험료 산정과 판매비용 관리가 적절한지 살펴 취약한 부분에 점검을 집중해야 한다.
이런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모든 회사에 똑같이 규제를 더하거나 일괄적으로 풀면 문제가 생긴다. 위험을 잘 관리한 회사의 활동은 불필요하게 위축되고, 정작 취약한 회사의 문제는 충분히 다루지 못하게 된다.
물론 모든 보험회사가 지켜야 할 공통의 안전선은 필요하다. 그러나 계산이 세밀해졌다고 감독까지 저절로 정교해지는 것은 아니다. 발견한 위험에 맞춰 무엇을 고치게 할지, 얼마나 자주 점검할지, 언제까지 개선하도록 할지를 정하는 체계가 뒤따라야 한다.
당장 쓸 돈이 부족할 우려가 있는 회사는 현금 확보 계획을 점검하고, 손실을 견딜 힘이 약한 회사에는 자본 확충을 요구해야 한다. 반대로 위험을 잘 관리하는 회사는 점검의 빈도와 범위를 그에 맞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보험회사가 스스로 위험과 대응 능력을 점검하는 ORSA(자체위험 및 지급여력 평가) 제도를 주요 감독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회사가 내놓은 자체 진단을 감독당국이 읽고 처방으로 연결하려면, 회사별 위험을 해석할 전문인력과 감독 경험도 함께 쌓아야 한다.
맞춤형 감독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흐르지 않도록 기준과 절차를 분명히 하는 일도 중요하다. 위험이 비슷한 회사에는 비슷한 조치를 적용하고, 다른 조치를 내릴 때에는 그 이유를 남겨야 한다.
새 제도는 회사별 차이를 드러내는 데까지 왔다. 이제 그 차이를 실제 감독에 반영할 차례다. 회사별 위험에 맞는 감독이 뒷받침될 때 위험을 정확히 파악해 건전성을 높인다는 새 제도의 본래 목적도 달성할 수 있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금융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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