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출산율을 높이는데 주력해왔던 인구정책 패러다임을 ‘삶의 질 제고’로 전환한다. 인구전략위원회는 14일 위원장인 이재명 대통령의 주재로 회의를 갖고 ‘제1차 국가인구전략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종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의거해 2006년부터 4차에 걸쳐 실시한 정책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을 핵심 지표로 저출생의 직접적 원인 해소 및 고령층 복지 확대 등을 추진해왔다면, 전면 개정된 ‘인구전략기본법’(9월10일부터 시행)에 의한 첫 5년간 계획은 ‘개인 삶의 질 제고’와 ‘사회·경제구조 재설계를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를 목표로 삶의 만족도와 경제활동 참가율 을 높이는데 주력한다는 것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더 많이 낳자’에서 ‘더 잘 살자’로 인구정책 기조를 바꾼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이를 더 많이 낳으라고 강변해봐야 사는 게 팍팍하면 결혼도, 출산도 기피할 수 밖에 없다. 반면 더 잘 살게 되면 아이도 낳기 좋은 환경이 된다. 옳은 방향 전환이다. 실제 지난 2006년부터 약 20년간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 예산을 총 700조원이나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1.13명에서 0.8명으로 감소했다. 인구감소 추세에 무작정 출산 독려를 통한 노동가능인구 확대는 성과가 불분명하거나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이미 입증된 셈이다. 생산성 향상을 통해 성장과 분배를 개선하고 교육·취업·결혼·출산·주거에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정부는 저출생 고령화 뿐 아니라 지방소멸화, 기술 혁신, 이주민·가족형태 다변화 등 사회 전반의 변화를 고려해 사회·경제구조 전반을 재편해야 한다는 인식하에 인구 감소 추세를 ‘완화’하고, 변화된 인구환경에 ‘적응’하며, 위기를 성장·발전의 계기로 삼는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방향전환에 맞는 정책의 타당한 골격이다. 이를 위해 청년·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 출산·양육 친화적 환경 조성, 노후소득 보장 및 고령층 돌봄 확대, 다양한 이주민·가족형태 존중 및 통합, 생산성·기술역량 고도화 등의 방안도 내놓았다.

그러나 인구정책의 ‘판을 바꾼다’는 정부의 설명이 무색하게 세부안은 구체적이지도 새롭지도 않다. 종전 정책을 모아 나열한데다, 여전히 구조개혁 보다는 재정을 동원한 ‘지원’ 중심이다. 삶의 질을 좌우할 교육·주거·고용정책과의 연계방안도 미비하다. 정부는 성과의 대표지표로 삶의 만족도를 2025년 6.6점에서 7.0점으로, 경제활동참가율을 같은 기간 71.8%에서 74.0%로 높인다고 제시했는데, 자칫 과거 정책과 다를 바 없이 출산율만 목표에서 빼버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패러다임 전환에 걸맞는 경제구조 개혁, 사회제도 개선안과 구체적인 실행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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