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5일제 맞물려 일자리 상생 의제 급부상
금융노사, 인턴 채용·공익재단 출연 후속 협의
이행 구체화·내년 일자리 공모사업 확대도 준비
“인턴 확대 합의했지만 실제 채용 연계는 과제”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올해 중저신용자 지원에 초점을 맞췄던 금융권의 포용금융이 내년에는 ‘일자리’로 보폭을 넓힐 전망이다. 은행권의 주 4.5일제 추진과 맞물려 노동시간 단축을 고용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정치권과 노동계의 요구가 구체화하면서다. 금융노사가 청년인턴 채용 확대와 일자리 지원 재원 마련을 위한 후속 협의에 착수한 가운데 은행권도 기관별 실행 방안을 놓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금사협)는 지난 6일 체결한 산별협약의 후속 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총액임금의 0.75% 상당액을 활용한 청년인턴 채용 규모와 운영 방식, 0.25% 상당액의 금융산업공익재단 출연 방안 등을 구체화하는 단계다.
청년인턴 채용은 금융노조가 통일된 모델을 정해 일괄 적용하기보다 기관별 사용자와 지부가 여건에 맞춰 실행 방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논의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각 기관의 업무 특성과 인력 운용 상황에 따라 인턴 채용을 확대하자는 취지에서다.
이와 함께, 노사는 공익재단 출연을 위한 기관별 배분과 이행 방안도 협의하고 있다. 금융노조 측은 “어느 정도 규모로 해야 할지, 어떤 형식으로 해야 할지는 금사협과 논의하고 있다”며 “실제 출연 여부도 내년에 노사가 함께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일자리와 창업 지원이 내년 핵심 상생 의제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권이 주 4.5일제로 노동시간을 줄이는 만큼 청년의 취업 기회를 넓히고, 금융 지원을 통해 창업과 경제적 자립도 뒷받침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질 수 있어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올해 포용금융에선 중저신용자 과제가 많았다면 내년엔 일자리가 핵심 의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산업공익재단도 재원 확대에 맞춰 내년 일자리 분야 공모사업을 늘리는 방향으로 준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단은 매년 공모 등을 통해 고금리 다중채무자 이자 지원을 비롯한 포용금융과 일자리, 아동·청소년 교육, 지역 상생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현재 일자리 분야에선 ▷채무조정 중인 미취업 청년 ▷비정규직 미디어 노동자 ▷발달장애인 ▷지역 청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추가 출연금을 활용한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재단과 금융노조가 논의해 정할 예정이다.
여당도 은행권의 주 4.5일제 추진이 청년 일자리 확대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장인 전현희 의원은 지난 7월 금융노조와 정책토론회를 연 뒤 청년창업가 간담회와 금융권·금융당국 협의를 이어왔다.
지난 8월엔 금융노조와 ‘청년고용 확대와 청년 창업 지원을 위한 정책협약’을 체결하고 청년 창업 특례보증 확대를 추진해 왔다. 담보와 신용, 기술 실적이 부족한 청년도 아이디어와 사업 의지를 갖췄다면 저리로 창업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금융 문턱을 낮추자는 취지다. 은행권의 참여가 잇따르면서 최근 두 달 새 청년창업 금융지원 규모만 6000억원 늘었다.
지난 8월 하나은행은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과 2000억원 규모의 보증 공급을 위한 특별출연 협약을 맺었다. 같은 달 IBK기업은행도 신보와 협약을 맺고 청년 창업기업에 2000억원 규모의 보증부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우리은행이 신보·기보에 총 118억원대의 특별출연금과 보증료 지원금을 제공해 2000억원 규모의 보증 공급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다만 은행권의 고민도 적지 않다. 이번 합의에서 정규직 전환을 보장하거나 구체적인 채용 연계 방식, 인원수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 또 노동시간 단축이 곧바로 신규 채용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기관별 업무량과 인력 운용, 비용 부담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인턴 채용 역시 정규직 신규 고용과는 구분돼 실제 취업 기회를 얼마나 넓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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