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 지원 위한 별도 규정·예산 없어…올해 7월까지 3건
일반 출석자 비용 변상 규정 준용…신청 절차 안내도 미흡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부당해고를 호소하며 노동위원회를 찾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통역 지원 부족으로 권리구제 절차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장벽 때문에 부당해고 사유와 피해 사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지난 5년여간 외국인 노동자의 구제신청 사건에 통역·번역을 지원한 사례는 25건에 그쳤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지원한 사례는 3건이다. 올해 8월까지 외국인 노동자의 구제신청 건수는 307건에 달하지만, 노동위원회 내 다국어 상담원은 없다.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접수하면 이유서와 답변서 등을 받아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심문회의를 연다. 심문회의는 노동자가 최종 판단을 내리는 위원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직접 소명하는 절차다. 복잡한 법률 용어와 해고 경위 등을 둘러싼 공방이 오가는 만큼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노동자에게 통역은 권리구제에 필요한 핵심 수단이다.
그러나 현재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통역 지원의 대상과 방식, 절차 등을 정한 별도 규정은 없다. 이를 위한 별도 예산도 편성돼 있지 않다.
현재 지원에 활용하는 근거는 일반 출석자에 대한 비용 변상 규정이다. 노동위원회법 제23조 제3항은 관계 당사자 외에 필요하다고 인정돼 출석한 사람에게 대통령령에 따라 비용을 변상하도록 정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령 제11조는 이때 ‘공무원 여비 규정’을 준용하도록 한다. 노동위원회는 이 규정을 준용해 통역 지원을 하고 있다.
통역인 출석에 따른 비용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는 있지만, 외국인 노동자가 통역을 지원받는 절차와 전용 예산까지 마련돼 있는 것은 아니다. 비용 신청 절차에 대한 사전 안내도 미흡해 통역인을 직접 구한 노동자가 지원 가능 여부를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탓에 지난 8월에는 중앙·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한 외국인 노동자를 심문하며 통역을 지원하지 않은 건 차별이라는 진정이 인권위원회에 접수되기도 했다. 노동위원회 측은 “기관 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이 불가능했다”며 책임을 회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위원회는 논란이 일자 뒤늦게 ‘외국인 근로자 지원을 위한 업무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노동위원회 심문회의는 복잡한 법률 용어와 치열한 사실관계 다툼이 오가는 자리인 만큼, 통역 지원은 정당한 권리 구제의 전제 조건”이라며 “중앙노동위원회는 실질적인 절차 참여권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를 꼼꼼히 마련하고,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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