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린텍, 스페이스X 통해 차세대 실험 모듈 ‘BEE-PC2’ 발사

미세중력서 단백질 공결정화 실험 착수…원자 분석 SBDD 활용 기대

CRO 서비스 모델 검증 본격화…향후 우주 의약품 CMO 확장 계획

13일(현지시간) 미국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기지 발사대에 기립해 있는 스페이스X 팰컨9. [스페이스린텍 제공]
13일(현지시간) 미국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기지 발사대에 기립해 있는 스페이스X 팰컨9. [스페이스린텍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중력이 사라진 우주 공간에서 난치성 질환의 표적 단백질 구조를 규명하고 신약 후보물질을 설계하는 ‘우주의약 상업화’ 검증이 국내에서도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한 기초 학술 연구나 환경 노출 단계를 넘어, 실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신약 개발을 대행하는 상업용 위탁연구(CRO) 서비스 모델 구축을 목표로 한 실증 작업이 궤도에 올랐다.

우주의약 전문기업 스페이스린텍은 인공지능(AI) 기반 차세대 우주의약 실험 모듈 ‘BEE-PC2’가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발사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국제우주정거장 상업용 화물보급 임무인 ‘CRS-35’를 통해 진행됐다. 스페이스린텍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수행했다고 밝힌 ISS 우주의약 실험 ‘BEE-PC1’에 이어, 이번 임무를 통해 제약·바이오 기업을 위한 상업용 우주 단백질 결정화 CRO 서비스의 사업화 기반을 본격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BEE-PC2의 핵심 과제는 표적 단백질과 신약 후보 저분자 화합물을 결합한 상태로 결정을 성장시키는 ‘공결정화(Co-crystallization)’ 실험이다. 지상 환경에서는 지구 중력으로 인한 침강과 부력 대류 현상 탓에 단백질과 화합물 복합체의 결정을 크고 균일하게 형성하기 어렵다. 반면 미세중력(Microgravity) 환경인 우주에서는 결함이 적은 고순도 단백질 결정을 성장시키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회사는 우주에서 성장시킨 시료를 회수해 지상 대조군과 비교하는 X선 회절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이 표적 단백질의 결합 부위에 작용하는 양상을 원자 수준에서 확인하고, 후보물질 최적화와 함께 컴퓨터로 입체 구조를 예측해 약물을 설계하는 ‘구조 기반 신약 설계(SBDD)’에 활용할 수 있을지 검증할 계획이다.

스페이스린텍 우주의약 실험 모듈 ‘BEE-PC2’. [스페이스린텍 제공]
스페이스린텍 우주의약 실험 모듈 ‘BEE-PC2’. [스페이스린텍 제공]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이미 미세중력을 활용한 의약품 연구 사례가 주목받은 바 있다. 미국 제약사 머크(MSD)는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주성분 단백질을 ISS에서 결정화하는 연구를 진행해 지상 대비 균일하고 점도가 낮은 고순도 결정을 확보했다. 머크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맥주사(IV) 방식의 키트루다를 환자가 자가 투여할 수 있는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전환하는 기술적 단서를 마련했다.

스페이스린텍은 이 같은 선례에 착안해 표적 단백질 선정부터 지상 사전 탐색, 우주 실험 운용, 시료 회수 및 구조분석까지 아우르는 통합 CRO 모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일주일 간격으로 두 차례의 우주 임무를 전개하며 연구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7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5차 발사를 통해 12U급 독자 우주의약 위성 ‘BEE-1012’를 우주로 보낸 데 이어, 엿새 만에 스페이스X를 통해 ISS 모듈을 쏘아 올렸다.

정밀 분석과 빠른 시료 회수가 필요한 단백질 결정화 CRO 연구는 ISS(BEE-PC 시리즈)에서 수행하고, 장기적인 우주 노출과 의약품 제조 공정 확장은 독립형 위성(BEE-1000 시리즈)에서 진행하는 전략이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민간 상업우주정거장과 연계해 우주 환경에서 의약품을 직접 생산하는 위탁생산(CMO) 사업으로 영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스페이스린텍은 보건복지부의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와 중소벤처기업부의 ‘딥테크 챌린지 프로젝트(DCP)’ 생태계혁신형 1단계 PoC·PoM 주관기업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우주항공청과 서울대가 주관하는 우주소형무인제조플랫폼실증사업의 제조모듈 개발 과제도 수행 중이다.

윤학순 스페이스린텍 대표는 “지난해 BEE-PC1이 국내 우주의약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한 첫 실증이었다면, 이번 BEE-PC2는 그 기술을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발전시키는 중요한 단계”라며 “국제우주정거장과 독립형 위성을 아우르는 우주의약 플랫폼을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우주 환경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