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6개월간 매달 판매가격 담합 혐의

관련 매출액 1.4조원·시장점유율 78%

공정위, 법인·임직원 고발 의견도 제시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국내 주요 제분업체들이 8년 넘게 사료 원료로 사용되는 밀가루 부산물의 판매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담합 관련 매출액은 1조4000억원 수준으로, 최대 210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행록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 [연합]
오행록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 [연합]

공정위 사무처는 14일 대한제분·사조동아원·사조대림·삼양사·CJ제일제당·한탑 등 6개 업체의 밀가루 부산물 가격 담합 혐의와 관련된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해당 업체들에 송부했다고 밝혔다.

심사보고서는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법 위반 혐의와 제재 의견 등을 담은 문서다. 위원회 제출과 조사 대상 업체에 대한 송부가 이뤄지면 정식 심의 절차가 시작된다.

공정위 심사관은 이들 업체가 2017년 4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8년 6개월 동안 매달 밀가루 부산물의 판매가격을 사전에 협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밀가루 부산물은 제분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맥피와 등외분 등으로, 농협사료·축협 등 배합사료 제조업체에 납품돼 가축용 사료 원료로 사용된다. 이번에 적발된 6개 업체의 소맥피 시장점유율은 약 78%에 달한다.

오행록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가격 담합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매우 간접적”이라면서도 “직접적으로는 사료 가격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그를 통해 간접적으로 아주 작지만 소비자가 구입하는 육류 가격에도 영향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기간 담합의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은 약 1조4000억원으로 파악됐다. 과징금 부과 기준율인 10.5~15.0%를 단순 적용하면 최대 2100억원에 이른다. 다만 실제 부과액은 향후 심의 과정에서 결정된다.

심사관은 이번 행위를 공정거래법상 매우 중대한 가격 담합 위반행위로 판단하고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를 비롯해 관련 법인 및 임직원에 대한 고발 의견까지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대상 업체들은 심사보고서를 받은 날부터 8주 이내에 서면 의견을 제출하거나 증거자료 열람·복사를 신청하는 등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공정위는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원회의를 열어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위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5월 밀가루 판매가격을 담합한 대한제분·CJ제일제당·사조동아원·삼양사·대선제분·삼화제분·한탑 등 7개 업체에 총 67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번 부산물 담합 사건에서는 당시 제재 대상이었던 대선제분과 삼화제분이 제외되고 사조대림이 새롭게 포함됐다. 대선제분과 삼화제분에서는 부산물 담합에 가담한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사조대림은 사조동아원으로부터 부산물 판매를 위탁받는 과정에서 담합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밀가루 가격 담합 사건을 우선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오 국장은 “사건 처리의 우선순위에 따라서 밀가루는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고 시급해서 먼저 처리가 됐다”고 말했다.


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