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미국 와이오밍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이 동료가 마시는 차에 독성 화학물질을 넣어 중상을 입힌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중국으로 도피하려다 공항에서 붙잡혔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적의 아이리 왕(32)은 지난 6일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LAX)에서 가중 폭행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에서 구매한 아크릴아마이드를 동료 대학원생이 마시는 차에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베트남 출신 대학원생으로 암과 유전 질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신기술을 연구하며 특허 출원을 앞두고 있었다. 왕 역시 미국에 오기 전 중국에서 비슷한 분야의 연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는 피해자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체 이상을 호소하면서 시작됐다. 피해자는 지난 8월부터 손가락 저림과 감각 저하, 다리 근력 약화 등을 겪었고 극심한 피로와 수면 장애도 나타났다.
책상에 놓인 소형 커피메이커로 차를 끓여 마실 때마다 이상한 맛이 느껴진다는 것을 알아챈 피해자는 커피메이커에 사용된 물을 검사해 아크릴아마이드가 들어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사무실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확인한 결과 지난달 27일 왕이 피해자의 책상을 뒤지는 모습이 촬영됐다. 이달 1일에는 책상 위 연구 노트를 조작하며 사진을 찍고, 자신의 컵에 담긴 액체로 피해자의 머그잔을 헹구는 모습도 포착됐다.
왕은 지난 5일 대학 경찰 조사에서 아크릴아마이드를 수년간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왕이 아크릴아마이드를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에서 두 차례 구매한 뒤 계정 삭제를 요청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크릴아마이드는 감자 등 전분이 많은 식품을 고온에서 조리할 때 생성될 수 있는 물질로, 담배 연기에도 포함돼 있다. 고농도에 노출되면 신경계에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두 사람을 지도한 마크 고멜스키 교수는 AP통신에 왕이 논문 심사에서 첫 번째로 통과하지 못한 뒤 동료의 연구 성과를 질투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현재까지도 집중력 저하와 쉽게 피로해지는 증상과 왼손 감각 저하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탁 스마야 조교수는 피해자가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왕은 와이오밍주에서 중범죄인 가중 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징역 10년과 벌금 1만달러(약 1400만원)에 처할 수 있다. 현지 법원은 보석금을 기존 20만달러에서 150만달러(약 21억원)로 올렸으며, 왕은 로스앤젤레스에서 구금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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