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판정받은 62개사 조사
‘사용자성 불인정 의제까지 요구’ 66.1% 우려
원청 사용자성 판단 기준 명확화 필요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하청 사건으로 노동위원회 판정을 받은 기업 가운데 원청 사용자성 판정이 법률과 고용노동부 해석지침에 맞게 이뤄지고 있다고 본 곳은 10곳 중 3곳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원하청 사건으로 노동위원회 판정을 거친 기업을 대상으로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노동위원회 판정 및 원하청 교섭 관련 기업 인식조사’를 한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조사는 서던포스트가 9월 7일부터 18일까지 12일간 온라인과 유선으로 진행했으며, 62개사가 응답했다.
노동위원회의 원청 사용자성 판정이 법률과 고용노동부 해석지침에 맞게 이뤄지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27.4%에 그쳤다. ‘대체로 그렇다’가 24.2%, ‘매우 그렇다’가 3.2%다. 반면 맞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응답은 40.3%로, 긍정 응답보다 12.9%포인트 높았다.
맞지 않는다고 답한 25개사 가운데 ‘산업안전보건법 등 공법상 의무 이행을 사용자성 인정 근거로 활용한다’는 응답이 52.0%(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법에 따라 원청이 작업장 순회점검이나 합동 안전·보건점검을 한 것이 오히려 사용자성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근로조건이 아닌 사항에 대한 사용자성 인정’이 48.0%, ‘생산수단 소유와 시설관리권 행사를 이유로 한 사용자성 인정’과 ‘표준하도급계약서 등 정부 지침·권고 이행을 근거로 한 사용자성 인정’이 각각 32.0%였다.
기업들은 하청노조와의 교섭 과정에서 벌어질 부작용도 크게 우려했다. 가장 우려되는 사항으로는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의제까지 포함한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66.1%로 가장 많았고, 하청기업과 교섭할 임금·노조활동 등을 원청에 요구하는 것이 43.5%, 다중교섭과 교섭 장기화에 따른 비용 증가가 33.9%로 뒤를 이었다.
경총은 일부 산업안전 의제에서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된 뒤 실제 교섭에서는 임금과 성과급, 노조활동 보장처럼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의제까지 요구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청노조가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때의 우려도 비슷했다.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의제까지 추가해 조정을 진행한다’가 59.7%로 가장 높았고, ‘원청 사용자성 분쟁이 진행 중인데도 조정절차를 개시한다’가 48.4%, ‘충분한 교섭 없이 조정중지 등으로 조정을 종료한다’가 41.9%였다. ‘원청에 처분 권한이 없는 사항에 대한 조정안 제시’는 32.3%였다.
경총은 원청이 교섭당사자인지 확정되지 않은 채 조정중지 결정이 나면 노조가 쟁의행위 단계로 넘어가 현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정 노조법의 가장 시급한 보완입법 과제로는 ‘원청 사용자성 판단기준 명확화’가 67.7%로 가장 많이 꼽혔다. ‘노동쟁의 대상에서 기업의 고도의 경영상 의사결정 사항 제외’가 54.8%로 뒤를 이었고, ‘사업장 점거 금지 명문화’가 22.6%,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삭제’가 19.4%, ‘대체근로 허용’이 14.5%였다.
경총은 투자와 사업재편, 조직개편 등 경영상 결정까지 노동쟁의 대상이 되면 신속한 경영의사결정과 투자 집행이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했다. 고용노동부가 시행지침에서 사업경영상 결정은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라면서도 공장 신설에 따른 배치전환 등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해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노동위원회 판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와 같은 산업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완입법과 함께 원청 사용자성 여부를 법률 규정과 행정지침에 따라 공정하고 엄격하게 판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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