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관계에 이상 징후가 연이어 드러나고 있다. 양국 정보 당국 간 협력과 한국의 대미 투자를 두고서다. 최근 잇따른 언론보도와 국정감사 등을 종합하면 지난 3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 우라늄 농축시설’ 발언에 대한 항의로 미국이 조치한 일부 대북 정보 공유 제한은 반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또 최근 미측은 양국 고위, 실무 당국자 논의에서 한미 간 정보 분야 협력에 대한 여러 불만과 이견을 표시해왔다. 대미투자와 관련해선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을 두고 ‘검토 단계’라는 한국과 ‘참여 및 투자액(540억달러) 확정’이라는 미측의 주장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한미동맹 균열론’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에서 “국가 간에는 이견이 있기 마련”이라며 “굴종적 태도나 사대적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다시금 실용 국익 외교를 강조했다. 하지만 ‘혈맹’인 양국 관계에서 신뢰가 의심되고 통상·안보 갈등이 노출되는 것 자체가 이미 국익에는 큰 위협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과연 현재 상황이 ‘실익’을 추구한다는 원칙에 부합하는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한미간 정보 협력의 비정상적 상황은 정부 고위 인사들에 연이어 확인됐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강경화 주미한국대사는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의 지난달 18일 회담에서 “정보 협력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있었다”며 “아직 미 측이 기대하는 만큼 문제가 충분히 해소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조 장관도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정보 분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지난 6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일 외교당국 간 실무그룹 회의에서 미국이 국가정보원의 참여를 거부했다는 사실도 최근 알려졌다.

야당으로부터 사퇴요구를 받고 있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동맹은 가치를 공유하지만, 이해관계는 상충할 때도 있다”며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나라 중에 지금 안보·통상 관계로 미국과 줄다리기를 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 미국의 요구를 백퍼센트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하나마나 한 말’은 물론, 본전도 못 찾는 불필요한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 실익이 없는 것은 물론, 오히려 화를 자초할 수 있고 지금이 딱 그런 모양새다.

한미관계 균열음을 통과의례로 봐서는 안된다. 엄혹한 대내외 환경에서 경제와 안보 불확실성을 높이고 자칫 북한의 오판을 불러올 수 있는 위기로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우선은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중국 선전)와 12월 주요 20개국(G20·미 마이애미) 정상회의 등 계기에 한미 양국 간 이견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철저한 전략을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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