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T·원자력연, 방사성 오염 제거부터 폐액 처리까지 통합 공정 구현
- 운영비 13%·독성 환경영향 21% 감소…월성 1호기 해체 활용 기대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원자력발전소 해체 과정에서 사용하는 독성 화학약품을 대폭 줄이면서 방사성 오염물질 제거 성능은 오히려 높이는 기술이 개발됐다. 방사성 오염 제거부터 폐액 처리까지 하나의 공정으로 해결할 수 있어 원전 해체 비용과 환경 부담을 동시에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는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스쿨 노창현 교수 연구팀이 독성 화학약품 사용량을 줄이고 방사성 폐액까지 처리하는 친환경 통합 제염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원전 해체 과정에서는 배관 내부에 쌓인 방사성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제염’ 작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기존 제염 방식은 독성이 강한 화학약품을 다량 사용하고, 작업 후에도 유해 방사성 폐액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중수로 원전의 냉각재 배관 내부에는 방사성 코발트(Co-60)가 포함된 산화막이 쌓인다. 이 산화막은 원전 정비와 해체 작업자의 방사선 피폭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기존에는 산화막을 녹이기 위해 독성물질인 하이드라진을 사용했지만, 오염 제거 후 발생하는 폐액과 폐기물까지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산화막 제거부터 폐액 속 금속 분리, 잔류 독성물질 분해까지 하나로 연결한 통합 공정을 개발했다.
실제 원전 배관과 유사한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탄소강 배관을 300℃에서 3주간 산화시켜 코발트가 포함된 산화막을 형성한 뒤 새로운 제염제의 성능을 검증했다.
그 결과 기존 제염제에서 구리 성분을 제거하고 하이드라진 농도를 5분의 1 수준으로 낮췄음에도 오염 제거 성능은 오히려 향상됐다.
새 제염제는 1시간 동안 기존보다 약 3배 많은 철 성분을 녹여냈으며, 방사성 오염의 원인이 되는 코발트 제거 성능도 개선됐다. 제염 과정에서 발생하는 슬러지 역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연구팀은 제염 후 남은 폐액의 산도를 조절해 철과 코발트를 고체 형태로 침전시켜 분리했다. 이어 과산화수소와 자외선 LED를 함께 사용해 폐액에 남은 하이드라진을 분해하는 기술도 구현했다.
특히 과산화수소와 자외선 LED를 동시에 사용할 때 강력한 산화력을 가진 수산화 라디칼이 생성돼 독성물질 분해 효율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제성과 환경성 평가에서도 성과가 나타났다. 전체 공정의 하이드라진 사용량은 기존보다 약 32% 감소했고, 운영비용은 약 13% 절감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독성과 관련된 환경영향도 약 11~21% 줄어드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번 기술은 영구 정지된 월성 1호기를 비롯한 중수로 원전 해체와 가동 원전의 정비 작업에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방사성 오염물질 제거 효율을 높이면서 2차 폐기물 발생을 줄여 작업자의 피폭 위험과 폐기물 처리 부담을 동시에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를 주도한 미구타 파우스틴 응굴리미 UST 박사 졸업생은 “구리 촉매를 사용하지 않고 독성 화학물질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오염 제거 성능을 높였다”며 “제염과 폐액 처리를 하나의 공정으로 연결해 폐기물 발생과 운영비용을 동시에 줄일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노창현 UST 교수는 “이번 기술은 월성 1호기 등 중수로 해체뿐 아니라 다른 원전 유형과 가동 원전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유해물질 정화가 필요한 다양한 산업 분야로 기술을 확장해 원전 해체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