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아버지로부터 받은 기업… 부도 위기 넘겼으나 추가 투자 필요
“경제 여력 충분한 중기 대표 딸아들, 고학력·고스펙 많아”
“협상 최종단계서 40%가 결렬”… ‘사장님’ 잔류기간도 쟁점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6년 전에 회사가 굉장히 어려웠어요. 거의 부도 직전까지 갔다가 이제 겨우 기사회생은 시켜놨는데,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아들은 안받는다고 해서 회사를 팔 수밖에 없어요”
산업용 무전기를 만드는 영등포구의 한 중소기업 대표 A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회사를 매각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A씨의 회사는 아버지 때부터 50년 넘게 이어온 사업이다. 한때 코스피 상장까지 했지만 지금은 사업을 분리해 설립한 비상장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은 20명 가량이다.
A씨가 회사를 팔기로 마음 먹은 것은 회사를 키우려면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자금력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는 “아들이 물려받는다고 해서 회사를 키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아들도 본인이 하는 일이 있어 받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5~6년 전 자본잠식 상태에서 회사를 팔려고 하니 정말 거저 먹으려는 사람들만 왔다. 제대로 회사의 가치를 평가해 주려는 사람은 없었다”며 “이제 정상화는 됐는데 더 키우려면 큰 투자가 필요해 회사를 팔고 싶은 것이다. 객관적으로 평가된 회사 가치만 보존되면 된다”고 했다.
“회사를 팔아야 기술이 산다”…가업승계 대신 기업승계 찾는 중기 사장님들
A씨같은 고민을 하는 중소기업 경영자가 늘고 있다. 기업을 일군 창업주나 2세 경영자가 고령화하고 있지만 자녀들이 경영권을 이어받을 의사가 없거나 승계 이후 사업을 유지할 여력이 부족한 경우다.
전태환 기술보증기금 M&A지원센터장은 “중소기업 경영자의 자녀들은 비교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환경에서 자란 사례가 많다. 의사나 교수, 금융업 종사자 등 전문직을 이미 가져 자리를 잡았고 그래서 부모가 일군 사업을 물려받는 것이 반드시 자녀의 선택지가 되는 시대는 아니다”고 얘기했다.
실제 기업승계 문제는 경영자의 나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사업을 넘겨받을 자녀가 있더라도 회사가 추가 투자를 필요로 하거나 기술개발과 영업에 전문성이 요구되면 가족 내 승계가 쉽지 않다.
신약개발 스타트업 회사의 B 대표도 회사를 매입할 곳을 찾고 있다. 2016년 창업한 이 회사는 2024년 브릿지 투자를 받은 이후 추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B씨는 임상 1상 승인을 받은 신약개발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자금력을 갖춘 기업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신약개발이 결국 환자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려는 일인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며 “이런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기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녀승계는 일찌감치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 딸과 아들은 각각 시각디자인과 영상디자인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창업할 때부터 자녀승계는 배제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신 신약개발 사업이 인수 이후에도 지속되는 것을 중요한 조건으로 보고 있다. 매각을 통해 연구개발이 중단된다면 회사를 파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자녀에게 물려주면 세제 혜택, 남에게 팔면 양도세…기업승계 지원의 빈틈
기업승계 방식이 달라지고 있지만 세제와 금융지원은 아직 변화하는 수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기업승계 지원제도는 부모가 자녀에게 사업을 물려주는 가업승계 중심이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가업상속공제나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제3자에게 회사를 매각하는 경우에는 주식 양도에 따른 양도소득세 부담이 발생한다.
특히 매각대금으로 노후생활을 준비해야 하는 고령 경영자에게 세금은 기업의 매각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 변수다. 사업을 계속 운영할 때의 수익과 매각 후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을 비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영농법인 대표는 “회사를 매각하려고 세제 등을 좀 알아봤는데 세금 부담이 매우 컸다. 그 돈으로 노후 자금을 삼으려 했는데 어려울 것 같아 다른길을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올해 세제개편안에 제3자 사업승계를 지원하는 과세특례 신설을 포함했다. 가족 중심의 승계 지원을 외부 매각까지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세제개편안에 포함된 내용과 실제 시행 중인 제도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자금지원도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술보증기금은 기업승계 M&A를 추진하는 인수기업에 최대 100억원의 보증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승계 과정의 기초 컨설팅에는 기업당 70만원, 종합 컨설팅에는 기업당 700만원을 지원한다.
전태환 센터장은 “비상장 중소기업은 공개시장에서 주가가 형성되지 않고 유사한 거래 사례도 충분하지 않아 매도자와 매수자가 합의할 수 있는 적정가격을 찾기 어렵다”며 “비상장 중소기업은 하나의 정답 가격을 제시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평가액 자체보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모두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거의 다 됐는데 계약 직전 무산”…가격·언아웃·사장 잔류기간까지 쟁점
중소기업 M&A 시장에서 거래 성사가 어려운 것은 최종 단계다. 기업승계 M&A 자문을 담당하는 리스팅의 신유진 매니저는 “계약이 어그러지는 경우 가운데 가장 많은 지점이 최종 결정단계다. 제가 본 바 약 40% 정도의 계약이 최종단계에서 불발됐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가격이다. 거래 초반에는 양측이 대략적인 기업가치에 공감하더라도 실사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부채나 비용, 수익성 문제 등이 드러나면 매수자가 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기업을 인수하려는 회사의 한 대표는 “인수가가 안 맞는 경우도 있었고, 외부에서 봤을 때와 실제 내부 데이터가 달라 중간에 정리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기존 대표가 얼마나 오랫동안 회사에 남아 하는지도 중요한 협상 조건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창업주나 기존 대표 한 사람에게 거래처 관리와 기술 노하우, 직원 조직 관리가 집중된 경우가 많다. 대표가 회사를 매각한 뒤 곧바로 떠나면 새로운 경영자가 기존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받기 어려울 수 있다.
반면 은퇴를 위해 회사를 매각하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회사를 판 이후에도 수년 동안 출근해 경영에 관여하는 조건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경영권은 넘겼지만 실질적으로 언제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놓고 매도자와 매수자의 의견이 갈리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언아웃(Earn-out)’이다. 회사를 매각할 때 전체 대금을 한 번에 확정해 지급하지 않고, 매각 이후 일정 기간의 실적이나 약정된 성과에 따라 매도자에게 대금 일부를 추가 지급하는 방식이다.
신 매니저는 ”언아웃 일정을 어느정도로 잡는지도 최종 단계에서 반드시 결정하고 가야하는 주요 요소다. 통상 2~5년 정도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제도는 매수자는 실적이 불확실한 기업에 과도한 금액을 지급할 위험을 줄일 수 있고, 매도자는 회사가 예상대로 성장할 경우 그에 따른 가치를 추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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