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산업법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영등위 심사·자체분류 중 선택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제 가요기획사가 소속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등급을 직접 정할 수 있게 됐다. 뮤직비디오 공개 전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등급분류를 받아야 했던 규제가 바뀌기 때문이다. 인터넷 뮤직비디오까지 사전 등급분류 대상이 된 지 14년 만이다. 앞으로는 영등위에 등록한 제작·배급사가 직접 뮤직비디오의 시청 등급을 정해 공개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음악영상물에 자체등급분류 제도를 도입하는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음악산업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13일 밝혔다. 개정법은 공포 후 1년이 지나면 시행된다.
지금까진 뮤직비디오를 만들거나 배급하려면 공급 전에 영등위에서 등급을 받아야 했다. 개정법에 따르면 대통령령으로 정한 요건을 갖춰 영등위에 등록한 사업자는 스스로 등급을 분류해 영상에 표시, 이를 영등위에 알린 뒤 공개할 수 있다. 게임이나 비디오물 등에는 이미 자체등급분류가 도입됐지만, 뮤직비디오는 그간 예외로 남아 있었다.
자체등급분류는 의무가 아니다. 제작사는 기존처럼 영등위 심사를 받을지, 직접 등급을 매길지 고를 수 있다. 사업자 등록과 책임자 지정, 교육 이수가 규모가 작은 제작사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업계 의견을 받아들였다. 2024년 ‘음악산업 조세지원제도 개선연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기업 한 곳당 평균 뮤직비디오 제작 건수는 대기업 26.8건, 중기업 8.3건, 소기업 4.9건이었다. 등록한 사업자라도 판단이 어려운 영상은 영등위에 등급분류를 맡길 수 있다.
모든 뮤직비디오가 등급을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일반에 유통하거나 보여줄 목적 없이 만든 영상, 방송프로그램과 같은 내용으로 만든 영상 등은 등급분류 대상에서 빠진다. 다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방송프로그램을 영상으로 만든 경우는 등급을 받아야 한다.
청소년 보호 장치도 함께 마련됐다.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는 등급분류책임자를 지정해야 하고, 책임자는 영등위가 진행하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영등위는 사업자가 매긴 등급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등급 조정을 명령할 수 있다. 사업자가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해당 영상의 등급분류를 취소할 수 있다. 공개 전 통보나 교육 이수 같은 준수사항을 어긴 사업자는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
처벌 규정은 음악산업법에 직접 담겼다. 등급분류를 받지 않거나 받은 내용·등급을 바꾼 뮤직비디오를 제작·유통하면 지금처럼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준수사항을 어기면 1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런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면 문체부 장관은 영등위 심의를 거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시정명령을 요청할 수 있다.
뮤직비디오 사전 등급분류가 인터넷까지 넓어진 것은 2012년 8월 18일이다. 이전엔 방송용 뮤직비디오만 방송사가 자체 심의를 했고, 인터넷에서 무료로 공개되는 뮤직비디오는 사전 등급분류 대상이 아니었다. 국회는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뮤직비디오가 인터넷을 통해 청소년에게 걸러지지 않고 전달된다는 이유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고쳤다.
시행을 앞두고 가요계의 반발도 나왔다. 법이 정한 최대 심사 기간은 14일이었다. 가수 윤종신은 2주가량 걸리는 심사가 매달 신곡을 내는 ‘월간 윤종신’의 발행 구조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영등위는 그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 시범 운영 이후 접수한 34건 가운데 처리를 마친 20건의 평균 소요일이 3일이었다고 해명했다.
등급 기준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졌다. 2018년 1월 가수 홀랜드의 데뷔곡 ‘네버랜드’ 뮤직비디오는 영등위 대신 방송사 심의를 거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남성 간 입맞춤 장면이 담긴 영상이었다. 비슷한 시기 공개된 수지의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 뮤직비디오는 이성 간 입맞춤 장면이 있었지만 15세 이상 관람가였다는 보도가 나오며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제도를 고치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문체부는 2013년 11월 음악산업 협·단체와 만나 뮤직비디오 심의제도 개선 의견을 들었다. 2014년에는 문체부가 민간 자율등급분류 전환을 추진했고, 2018년에는 국무조정실이 자체심의제 도입을 추진했다.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도 발의됐지만 법 개정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번 개정은 OTT 제도와도 방식이 다르다. 2023년 3월 시행된 OTT 자체등급분류는 문체부 장관이 심사를 거쳐 5년 이내 기간으로 사업자를 정하는 ‘지정제’다. 뮤직비디오는 요건을 갖춰 영등위에 ‘등록’하는 방식을 택했다. 개정안에는 법 조문의 외래어 ‘인프라’를 우리말 ‘기반 시설’로 바꾸는 내용도 담겼다.
문체부는 법 시행 전까지 영등위, 음악업계와 협의해 등록 요건과 등급 구분, 분류 기준을 담은 하위 법령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성희 문체부 콘텐츠산업정책관은 “뮤직비디오 등 음악영상물은 음악산업의 주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이번 제도의 도입으로 뮤직비디오 유통 절차가 간소화되어 마케팅 효율성과 대응 속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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