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재직자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바뀌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미래 일자리 보고서 2025’는 2030년까지 한국에서 현재 직무에 필요한 핵심 역량의 38%가 바뀌고, 근로자의 48%가 역량 향상과 재교육을 받아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과학기술계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제6차 과학기술기본계획(2026~2030)’에서 R&D 전 주기에 AI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자와 함께 연구하는 ‘AI 연구동료(AI Co-Scientist)’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연구하는 방식이 바뀌는 만큼, 연구자가 배워야 할 지식과 기술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연구개발인력은 83만 명이 넘는다. 그러나 같은 연구개발인력이라도 분야와 직급, 직무에 따라 요구되는 역량은 모두 다르다. 결국 앞으로 과학기술인 교육의 핵심은 각자에게 필요한 학습을 어떻게 적시에 제공할 것인가이다. 이것이 바로 ‘초개인화 학습’이 중요한 이유다.
개인화 서비스는 이미 우리 일상에 익숙하다. 온라인 쇼핑몰이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초개인화’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이용 시간대, 구매 패턴, 선호도 등을 분석해 ‘지금 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제안한다.
이를 학습에 적용하면 어떨까. 초개인화 학습은 관심 분야의 콘텐츠를 추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연구 분야, 직무, 역량 수준 등 개인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필요한 학습을 연결한다. 그리고 학습 과정에서 나타난 행동을 다음 학습에 반영해 개인이 성장해 나가는 경로 전체를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은 이러한 방향에 맞춰 학습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과학기술인의 경력단계와 직무별 역량을 정립하고, 학습플랫폼 ‘알파캠퍼스’를 중심으로 ‘역량진단-교육추천-학습-디지털 학습인증‘ 체계를 구축하여 개인별 수준과 경력경로에 맞게 학습할 수 있도록 전환 중이다. 또한 온라인교육에서는 AI 챗봇을 도입해 학습자가 궁금한 점을 언제든 질문할 수 있고, 행동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취도 등을 분석해 피드백하는 학습분석 시스템도 준비 중이다. 집합교육에서는 과정별 AI 튜터가 개인별 실습과 1:1 피드백을 제공하고, 교수자는 AI가 대신하기 어려운 심층 코칭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AI를 활용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과제 점수는 높았지만, 내용에 대한 이해도와 학습 성과는 AI를 사용하지 않은 집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AI가 결과물의 완성도는 높여 줄 수 있어도 배움까지 대신해 주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KIRD가 개발 중인 초개인화 학습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AI는 학습을 대신하지 않는다. 필요한 내용과 피드백을 제공하는 보조자일 뿐, 학습의 주체는 여전히 학습자다. 학습자는 AI의 도움을 받되, 교수·동료와 교류하며 배운 내용을 자신의 상황과 맥락에 맞게 해석하고 활용해야 한다.
AI 기반 학습이 늘어날수록 과학기술인이 스스로 배우고 판단하는 힘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과학기술인에게 학습은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닌 그 지식을 연구에 적용하고, 자신만의 경험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AI는 길을 안내할 수는 있어도 대신 걸어가 줄 수는 없다. 각자에게 꼭 맞는 학습을 제공하고, 그 배움이 새로운 연구와 도전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 이것이 AI 시대에 과학기술인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배태민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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