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 순번 정하고 투찰가격 사전 합의

들러리 입찰 동원해 높은 낙찰률 확보

교복 담합 의심 시 직권조사·감시 강화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경기 용인과 울산, 경북 영천 지역의 교복 대리점들이 중·고등학교 교복 구매 입찰에서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을 사전에 정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경기 용인과 울산, 경북 영천 등 3개 지역의 교복 대리점 10곳이 19개 중·고등학교에서 발주한 교복 구매 입찰 51건을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총 1억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의 한 교복점.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는 관련 없음 [뉴시스]
서울 시내의 한 교복점.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는 관련 없음 [뉴시스]

교복 학교주관구매 제도는 학교장이 입찰을 통해 납품업체를 선정하고 학생들에게 교복을 일괄 공급하는 방식이다. 각 학교는 시·도교육청 협의회가 정한 교복 상한가격 범위에서 납품업체를 선정한다.

이번에 적발된 대리점들은 대면 모임이나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을 통해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을 미리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서 4개 대리점이 2022년 9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8개 학교가 발주한 15건의 입찰을 담합했다. 스마트학생복 용인점은 2022년 단독 응찰에 따른 유찰을 막기 위해 다른 업체에 들러리 참여를 요청했다. 2023년부터는 저가 수주를 방지하고 목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낙찰을 희망하는 학교 명단을 경쟁업체에 전달하며 협조를 구했다.

다른 대리점들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일부 입찰에서는 투찰가격까지 사전에 결정됐다. 스마트학생복 용인점은 일부 입찰에서 들러리 업체와 투찰가격까지 사전에 합의해 예정가격 대비 평균 98.29%의 높은 낙찰률로 계약을 체결했다. 공정위는 스마트학생복 용인점 등 4개 대리점에 총 7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같은 용인시 기흥구에서도 스마트학생복 신갈점과 스쿨룩스 기흥점이 지난해 8월 중학교 교복 구매 입찰 1건에서 담합했다. 스마트학생복 신갈점이 유찰을 막기 위해 경쟁업체에 들러리 입찰을 요청하고 투찰가격을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담합이 이뤄진 입찰이 1건으로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두 업체에 시정명령만 내렸다고 설명했다.

울산 남구에서는 아이비클럽 울산남구점과 스마트학생복 울산남구점이 2022년 9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6개 학교의 교복 구매 입찰 6건에서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을 합의했다.

과거 같은 사업체에서 근무하며 친분을 쌓은 두 대리점 대표는 카카오톡을 통해 입찰 조건을 조율했고 실제 6건 중 5건에서 합의한 업체가 계약을 따냈다. 두 업체에는 총 9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담합 기간이 가장 길었던 곳은 경북 영천이다. 스마트학생복 영천점과 엘리트학생복 영천점은 2018년 10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4개 학교가 발주한 29건의 입찰에서 담합했다.

두 업체 대표는 2018년 한 고등학교의 교복 샘플 설명회에서 만나 지역 내 브랜드 교복업체가 두 곳뿐이라는 점을 고려해 경쟁을 피하고 학교를 나눠 낙찰받기로 합의했다. 직전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가 다음 입찰에서 낙찰받도록 하는 이른바 ‘낙찰 순번제’를 운영한 것이다. 대표자가 바뀐 이후에도 담합은 이어졌고 2019년부터는 대상 학교를 4곳으로 확대했다.

2024년부터는 낙찰예정 업체가 33만8000원, 들러리 업체가 34만원을 써내도록 투찰가격까지 합의했다. 다만 2023년 2건과 2024년 1건의 입찰에서는 제3의 업체가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해 낙찰받았다. 공정위는 두 업체에 총 2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2010년 이후 이번 사건을 포함해 전국에서 총 52건의 교복 입찰 담합을 적발해 제재했다. 교복 담합이 반복되면서 공정위는 감시와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올해 4월 과징금 부과 기준율 하한을 대폭 상향하고 반복 담합 사업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도록 관련 고시를 개정했다. 지난 5월부터는 16개 시·도교육청의 교복 입찰 정보를 입찰담합징후분석시스템(BRIAS)과 연계해 담합 징후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공정위는 “담합 의심사례가 발생하는 경우 직권조사에 착수해 법위반 여부를 면밀히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