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한성백제문화제 주제어 정하고 주제시 창작…개막식서 직접 낭독

2022년 ‘도도히 흘러온 문화의 힘’부터 2026년 ‘찬란한 문화, 깊은 울림, 하나된 우리’까지

역사에서 출발 문화의 세계화·사람과 사람의 연결·공동체의 통합으로 확장

서강석 송파구청장이 2025년 열린 25회 한성백제문화제에서 주제시를 낭속하며 개막을 알리고 있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이 2025년 열린 25회 한성백제문화제에서 주제시를 낭속하며 개막을 알리고 있다.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 축제에는 주제가 있다. 그리고 그 주제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한 줄의 문장이라면, 그 문장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한 편의 시일 수 있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해마다 열리는 한성백제문화제의 주제시를 직접 쓴다. 먼저 축제의 방향을 담은 주제어를 정한 뒤 시를 짓고, 축제 개막식에서 직접 낭독한다. 구청장이 행정적으로 축제를 준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시로 표현하는 것이다.

시인이자 소설가로 활동해온 문학적 감수성과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지역 대표 축제와 만나는 지점이다.

서 구청장이 써온 한성백제문화제 주제시를 살펴보면 하나의 일관된 흐름이 읽힌다. 한성백제의 역사적 뿌리에서 출발해 문화의 계승과 확산을 이야기하고, 나아가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연결하며 공동체의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축제의 주제어는 해마다 달라지지만 그 중심에는 ‘문화의 힘’이라는 화두가 자리 잡고 있다.

‘도도히 흘러온 문화의 힘’…역사를 오늘로 불러내다

서 구청장의 주제시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표현 가운데 하나는 ‘도도히 흘러온 문화의 힘’이다.

2022년 제22회 한성백제문화제의 주제는 ‘도도히 흘러온 문화의 힘’이었다.

시의 첫머리는 2000년 전 찬란한 문화를 일궈낸 한성백제에서 출발한다. 이어 시간과 공간을 넘어 새로운 지평을 넓혀온 문화의 흐름을 이야기하며, 한성백제의 역사를 오늘의 대한민국과 연결한다.

“한성백제의 진취적인 문화의 힘은 늘 어둠 속에도 희망을 꿈꾸게 했고, 한민족이 하나가 되게 했으며, 당당히 세계와 만났다.”

문화는 과거의 유산에 머무르지 않는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 사람들을 하나로 묶으며 세계와 만나는 힘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은 송파라는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과도 연결된다. 송파는 오늘날 서울의 대표적인 주거·상업 중심지이면서 동시에 한성백제의 역사를 품은 지역이다. 서 구청장은 축제를 통해 현대도시 송파의 현재뿐 아니라 그 뿌리에 자리한 역사적 정체성을 함께 드러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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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2021) 한성백제문화제: 도도히 흘러온 문화의 힘

2천 년 전,

찬란한 문화를 일구어낸 한성백제

시간과 공간 사이를 물결처럼 넘나들며

끊임없이 새로운 지평을 넓힌다.

대한민국은 역사, 문화의 거대한 물줄기 속에

도도히 흘러왔다.

한성백제의 진취적인 문화의 힘은

늘 어둠속에도 희망을 꿈꾸게 했고

한민족이 하나가 되게 했으며,

당당히 세계와 만났다

우리는 멈추지 않고 새로운 미래로 흐를 것이다.

다시 뛰는 송파, 도도히 흘러온

한성백제 문화의 힘이 내일을 향한

우리민족의 희망을 약속한다.

강을 넘고 바다를 건너…지역문화에서 세계문화로

2023년 제23회 한성백제문화제의 주제는 ‘강을 넘고 바다를 건너는 문화의 힘’이었다.

이 작품에서는 한강과 송파의 언덕이라는 지역적 이미지가 등장한다. 한성백제가 자리 잡았던 역사적 공간에서 출발한 문화가 강과 바다를 넘어 세계로 뻗어간다는 구상이다.

특히 시의 후반부는 한성백제의 문화와 오늘날 K컬처를 연결한다.

“한성백제의 문화, 오늘의 K 컬쳐는 세계로 나가고, 세계의 문화는 송파의 언덕으로 모인다.”

과거의 역사와 현대 한국문화의 세계적 확산을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본 대목이다.

2000년 전 한성백제의 문화적 역량과 오늘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국문화 사이에 역사적 계승의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지역 축제를 과거의 역사 재현에 한정하지 않고 세계와 소통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바라보려는 시각도 읽힌다.

물론 한성백제 문화와 현대 K컬처의 관계는 역사적 사실과 문화적 비유를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주제시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도 오늘의 언어로 재해석할 때 세계와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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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2023) 한성백제문화제: 강을 넘고 바다를 건너는 문화의 힘

송파의 언덕 위

우뚝 선 한 그루 소나무,

한강의 바람이 새 땅에 숨을 불어넣는다

이천년 전,

천명을 받아 한성 백제의 새 역사로 열린 곳,

도도히 흘러온 문화의 힘은

강을 넘고 바다를 건너 힘차게 뻗었다

이 땅의 사람들, 이 땅의 문화는

수천년 마르지 않고 내일로 흐른다

한성백제 송파의 언덕에서

일출처럼 빛나는 문화는

민족의 혼을 따라 끝없이 흘러왔다

이제 저 넓은 바다를 건너 세계의 문화로 나간다

한성백제의 문화, 오늘의 K 컬쳐는 세계로 나가고

세계의 문화는 송파의 언덕으로 모인다

우리의 가슴이 다시 뛴다

인고의 세월을 버티고 더욱더 깊어진 문화의 힘

우리의 앞날을 밝히는 희망의 빛으로 요동친다

‘마음과 마음을 잇다’…문화의 궁극적 가치는 사람

2024년 제24회 한성백제문화제의 주제는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문화의 힘’이었다.

이전 작품들이 역사와 문화의 흐름, 세계로의 확장에 무게를 두었다면 이 시에서는 문화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한층 집중한다.

“송파의 언덕을 따라 도도히 흘러온 문화의 힘은 오천년 살아온 이 땅의 사람과 사람들 마음과 마음을 이었다.”

이어 한성백제 문화의 힘이 강과 바다를 건너 인류의 마음과 마음을 연결한다고 노래한다.

문화의 가치는 무엇인가. 오래된 유적을 보존하고 전통을 재현하는 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시대와 공간에 사는 사람들이 문화라는 매개를 통해 공감하고 소통하는 데도 있다.

서 구청장의 시는 이 지점에 주목한다. 역사적 유산을 지역의 자긍심으로 연결하고, 그 자긍심을 다시 사람들 사이의 공감과 연대로 확장하는 것이다.

축제가 단순한 공연과 먹거리의 장을 넘어 시민들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공동체의 장이 돼야 한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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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2024) 한성백제문화제: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문화의 힘

송파의 언덕을 따라

도도히 흘러온 문화의 힘은

오천년 살아온

이 땅의 사람과 사람들

마음과 마음을 이었다

한강의 바람으로 숨을 쉬고

소나무 언덕 위에 뿌리내린

한성백제 문화의 힘은

강을 넘고 바다를 건너

오십억 인류의 마음과 마음을 이었다

민족의 혼을 타고 흐르며

인고의 세월을 버티고

세계로 뻗어간 문화의 힘은

산을 뚫고 나오는

일출처럼 빛난다

희망의 빛이 되어

수천년 마르지 않고

넘치며 흘러온 문화의 힘으로

하나된 우리의 뜨거운 가슴이

힘차게 요동친다

‘하나되어 나아가는 문화의 힘’…과거를 미래의 동력으로

2025년 제25회 한성백제문화제 주제는 ‘하나되어 나아가는 문화의 힘’이었다.

이 시에서는 문화의 뿌리와 생명력을 강조하는 표현이 눈에 띈다.

“혼을 담은 문화는 멈추지 않고, 뿌리가 깊은 문화는 꽃을 피운다.”

문화가 오랜 시간 축적된 기억과 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결실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한성백제의 역사와 문화가 오늘날에도 생명력을 유지하고 미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이 담겼다.

또한 “하나되어 나아가는 문화의 힘으로 우리의 뜨거운 가슴이 또다시 힘차게 요동친다”고 노래한다.

2024년 작품에서 강조했던 마음과 마음의 연결이 2025년에는 공동체의 결속과 미래를 향한 전진으로 이어진 셈이다.

역사를 기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역사를 토대로 현재의 공동체가 하나가 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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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2025) 한성백제문화제: 하나되어 나아가는 문화의 힘

한강의 바람은

오천년 변함없이 숨을 불어

송파의 언덕 위에

너와나 하나되게 하였다

이천년전 천명을 받아

한성백제의 역사가 열리고

도도히 흘러온 문화의 힘은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었다

시간과 공간을 같이하여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닿은

그 문화의 숨결은

돌 위에 새긴 기억처럼

흙 속에 숨은 이야기처럼

하나되어 나아가 미래로 흐른다

혼을 담은 문화는 멈추지 않고

뿌리가 깊은 문화는 꽃을 피운다

하나되어 나아가는 문화의 힘으로

우리의 뜨거운 가슴이

또다시 힘차게 요동친다

2026년 ‘찬란한 문화, 깊은 울림, 하나된 우리’…세 개의 키워드로 압축

올해 제26회 한성백제문화제의 주제는 ‘찬란한 문화, 깊은 울림, 하나된 우리’다.

서 구청장의 2026년 주제시는 앞선 작품들에서 반복해온 역사와 문화, 공동체라는 화두를 세 가지 키워드로 압축한다.

시의 첫 연은 한성백제의 역사가 시작된 공간과 그곳에서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하늘이 열리고 땅이 펼쳐진 날, 정해진 운명이 있어 이 강가 이 언덕 위 이천 년 함께 살아온 우리.”

이어 사람들의 삶과 역사가 쉼 없이 흘러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잇고 찬란한 문화가 됐다고 노래한다.

마지막 연에서는 하나된 사람들의 함성과 몸짓이 산을 넘고 강을 건너 깊은 울림이 된다고 표현한다.

이 시의 구조는 과거에서 현재로, 역사에서 문화로, 문화에서 공동체의 감동으로 이어진다. 한성백제의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축제 현장에서 시민들이 함께 느끼는 감동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찬란한 문화’는 축제가 지닌 역사적·문화적 가치, ‘깊은 울림’은 문화가 사람들에게 전하는 감동, ‘하나된 우리’는 그 감동을 통해 형성되는 공동체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함성’과 ‘몸짓’이라는 표현은 시가 축제의 현장성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 읽는 시를 넘어 개막식 무대에서 낭독되고 시민들의 참여와 호응 속에서 완성되는 시를 지향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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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2026) 한성백제문화제: 찬란한 문화, 깊은 울림, 하나된 우리

하늘이 열리고

땅이 펼쳐진 날

정해진 운명이 있어

이 강가 이 언덕 위

이천 년 함께 살아온 우리

우리의 삶은,

우리의 역사는,

쉼 없이 도도히 흘러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문화가 되었다

하나된 우리의 뜨거운 함성은

하나된 우리의 힘찬 몸짓은

산을 넘고 강을 건너

깊은 울림이 되어

더욱 더 찬란하게 빛난다

25회 개막식 공연
25회 개막식 공연

매년 달라지는 주제, 변하지 않는 문화 철학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제공된 다섯 편의 주제시를 관통하는 핵심은 문화가 과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다.

2022년에는 한성백제에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문화의 역사적 흐름을 강조했다. 2023년에는 강과 바다를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문화의 확장성을 부각했다. 2024년에는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잇는 문화의 역할에 주목했고, 2025년에는 공동체가 하나 되어 미래로 나아가는 힘을 노래했다. 2026년에는 문화의 찬란함과 감동, 공동체의 통합을 한층 간결하게 압축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한성백제문화제를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을 보여준다. 역사적 유산을 보존하고 기념하는 것이 출발점이라면, 그 유산을 현재의 문화적 자긍심으로 바꾸고 시민들의 공감과 연대로 이어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는 것이다.

문학적 측면에서는 반복되는 이미지와 추상적 표현이 작품 전반의 일관성을 만들어낸다. 반면 매년 비슷한 어휘와 주제 구조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개별 작품의 차별성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는 앞으로의 과제로도 볼 수 있다. 한성백제의 구체적인 역사적 장면이나 인물, 유물과 유적의 이미지를 더욱 풍부하게 활용한다면 작품의 개성과 문학적 깊이도 한층 살아날 수 있다.

그럼에도 구청장이 직접 주제시를 쓰고 개막식에서 낭독한다는 점은 축제의 의미를 행정의 언어가 아닌 문학의 언어로 전달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축제의 성공을 평가하는 기준은 방문객 수와 프로그램의 규모, 지역경제 파급효과 등 다양하다. 여기에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와 자긍심을 얼마나 높였는지도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서강석 구청장의 주제시가 그 자체로 문화행정의 성과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해마다 축제의 주제를 정하고 시를 지어 시민 앞에서 낭독하는 행위는 한성백제문화제가 지향하는 가치를 직접 설명하고 공유하려는 상징적 시도로 볼 수 있다.

한성백제의 역사에서 출발한 시가 오늘의 송파를 거쳐 세계와 미래로 향한다. 서 구청장의 주제시가 해마다 되풀이해 던지는 질문도 여기에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지역문화는 어떻게 오늘의 시민을 하나로 묶고, 미래세대에 이어질 수 있을까.

한성백제문화제의 주제시에는 이 질문에 대한 서강석 구청장의 답이 담겨 있다. 문화의 힘은 역사를 기억하는 데서 시작해 사람의 마음을 잇고, 그 마음을 모아 미래로 나아가는 데 있다는 것이다.


seouldream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