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덕 의원 ‘책무구조도 적용 현황 및 금융사고 내역’
제도 도입 후 사고 203건, 은행권이 87% 차지
도입 이후 실제 발생 사고도 34건·1468억원
AI 해킹까지 확산…“임원 책임 규율 서둘러야”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 금융회사에서 200건이 넘는 금융사고가 접수됐지만 금융감독원 지침에 따른 책임규명 절차가 진행되거나 책무구조도를 근거로 제재가 내려진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책무구조도 적용 현황 및 금융사고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 올해 7월 말까지 금융회사에서 접수된 금융사고는 총 203건, 6237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사고가 177건, 5009억원으로 전체 건수의 87.2%, 금액의 80.3%를 차지했다. 저축은행은 사고 건수는 4건에 그쳤지만 사고 금액은 1056억원으로 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금감원 운영지침은 대규모 고객 피해나 건전성 중대 저해, 관리의무 미이행, 임원의 지시·묵인·방치, 조직적·장기·반복적 위법행위 등에 해당하면 책임규명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책무구조도 시행 이후 해당 절차에 따라 처리되거나 내부통제 관리조치 의무 위반을 이유로 제재가 이뤄진 사례는 현재까지 한 건도 없었다.
접수된 203건 중 실제 사고 발생 시작일을 기준으로 봐도 34건, 1468억원을 기록했다. 은행이 31건으로 대부분이었고 증권 2건, 생명보험 1건이었다. 이들 사고에 대해서도 책무구조도와 관련한 제재는 없었다.
이에 따라 책무구조도의 효과를 정확히 평가하려면 사고 접수 시점뿐 아니라 실제 사고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한 통계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사고 규모는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2023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금융권에서 발생한 사고는 430건, 1조2683억원이었다. 사고 건수는 2023년 62건에서 2024년 111건, 지난해 184건으로 증가했다. 올해도 7월까지 73건, 3111억원의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에는 금융권을 겨냥한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말 이후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예가람저축은행, 현대캐피탈 관련 개인정보 유출이 확인됐다.
금감원은 지난 6일 해킹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한 인터넷주소(IP) 28개를 약 500개 금융회사에 공유했다. 일부 IP에서는 중국발 인공지능(AI) 침투테스트 플랫폼 ‘아르텍스(ARTEX)’를 사용한 흔적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I 활용 여부와 구체적인 유출 규모 및 경로는 조사 중이다.
이들 사고는 올해 7월 말 기준 금융사고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 ‘금융분야 인공지능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현재 자율규제 수준에 머물러 있다. AI의 책임과 권한에 관한 구체적인 규율체계는 올해 하반기 태스크포스(TF)에서 검토할 예정이다.
민병덕 의원은 “책무구조도는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누가 책임지는지를 사전에 정하는 제도”라며 “제도 도입 이후 사고가 200건 넘게 발생했는데도 책임을 물은 사례가 한 건도 없다면 제대로 작동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AI가 금융 판단과 사이버 공격 양쪽에 활용되는 만큼 AI 시대에 맞게 임원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권 해킹 사건을 내사해 온 경찰은 지난 5일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대가 7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며 정부도 추가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24시간 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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